"평창 성공의 관건은 한국 최상의 작품 무대에 올리는 것"

머니투데이 평창(강원)=구유나 기자 2017.07.3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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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60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이끄는 31살의 젊은 지휘자 조르벡 구가에브

조르벡 구가에브(Zaurbek Gugkaev)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 지휘자. /사진=평창대관령음악제조르벡 구가에브(Zaurbek Gugkaev)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 지휘자. /사진=평창대관령음악제


260여 년 전통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가 갓 서른을 넘긴 젊은 지휘자와 함께 한국에서 한 번도 공연되지 않은 작품을 들고 평창을 찾았다.

평창대관령음악제가 한창인 28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에서 조르벡 구가에브(Zaurbek Gugkaev·31·사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만났다.



구가에브는 2004년 블라디카프카즈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2011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서 오페라와 관현악 지위를 배웠다. 상트페테르부르크심포니, 벨라루스공화국 국립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하다가 2015년부터 마린스키 극장에서 지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마린스키'의 유명세는 극장장이자 세계적인 지휘자인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인기와 직결된다. 하지만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극장이자 레퍼토리제로 운영되는 만큼 그 안에는 수많은 지휘자가 있다. 구가에브는 "젊은 나이에 마린스키 극장에서 일하게 된 건 행운"이라며 "20대에 처음 마린스키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의 고무적인 느낌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면서 마린스키 극장에 종종 다녔어요. 지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는 게르기예프를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휘하겠다고 생각하기 전부터 그의 지휘를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으니까요. 그의 딸과 피아노를 같이 배웠는데, 16살에 게르기예프로부터 직접 지휘를 배울 기회가 있었어요.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순간이죠."

조르벡 구가에브가 28일 오후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평창대관령음악제 조르벡 구가에브가 28일 오후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평창대관령음악제
구가에브가 평창대관령음악제에 들고 온 작품은 29일 공연된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The Love for Three Oranges)이다. 소련 출신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작품으로, 이탈리아 극작가 카를로 고치의 동명의 동화를 바탕으로 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동화를 기대하면 큰코다친다. 오페라의 등장인물들은 이 극이 희극인지, 비극인지를 논하며 동화 같은 결말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오페라를 조롱하는 오페라'라고도 불린다. 음악계에서는 작품의 장르 구분을 두고 각론이 벌어지고 있다.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은 한 편의 러브스토리도, 비극도 아닌 모든 것을 포함한 장르 초월 작품이에요. 다른 위대한 작곡가들과 마찬가지로 프로코피예프 역시 희곡 텍스트에만 의존하지 않았죠. 대사보다도 음악에 집중한다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인 문화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한 조언도 남겼다. 직전 개최된 2014 소치동계올림픽은 체호프,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등 대문호부터 쇼스타코비치, 라흐마니노프 등 음악 거장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의 문화적 유산을 성공적으로 소개했다는 평을 받았다.

"올림픽은 대규모 스포츠 행사임과 동시에 특별한 순간입니다. 이때만큼은 시간이 멈추고 전 세계의 이목이 개최지에 집중돼요. 조언은 언제나 같습니다. 최상의 퀄리티를 갖춘 작품을 무대에 올려야 합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전통음악을 세계에 잘 소개한다면 평창 올림픽이 성공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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