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 방 빌려드려요"…'방학세' 놓는 대학생들

머니투데이 남궁민 기자 2017.07.28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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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취업준비생 수요↑…집주인 동의·계약서 없으면 낭패 볼수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인근 담벼락에 원룸 입주생과 하숙생을 구하는 벽보가 빼곡히 붙어 있다. /사진=뉴스1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인근 담벼락에 원룸 입주생과 하숙생을 구하는 벽보가 빼곡히 붙어 있다. /사진=뉴스1


#"방학동안 자취방 빌려드립니다." 대학생 심지원씨(22)는 SNS에 자취방 사진과 함께 방학동안 방을 임대해준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유럽여행을 떠나며 한달 간 비우게 된 집을 세 놓은 것. 며칠 뒤 방학동안 토익 공부를 위해 서울로 올라올 계획을 세워둔 심씨의 친구가 댓글을 달았고 심씨는 친구에게 월세를 받고 집을 빌려주기로 했다.

대학생들이 방학동안 집을 비우며 자취방을 빌려주는 '방학세'가 성행하고 있다. 주로 방학기간 고향에 머물거나 해외여행을 떠나는 대학생들이 SNS나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방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 경우 대부분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갈등이 발생하기도 해 주의가 필요하다.



28일 온라인 사이트 등을 보면 대학생들의 방학이 시작된 7월 이후 SNS나 커뮤니티 등에 심심치 않게 '방학세' 글이 올라오고있다. 게시자들은 자신이 내는 월세의 70~50% 수준으로 저렴한 가격에 자취방을 내놓는다. 특히 최근엔 장기간 해외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 방을 단기 임대하는 경우가 늘고있다.

방학동안 단기간 자취방을 빌려주는 '방학세' 모집하는 게시글 /사진=페이스북 캡쳐방학동안 단기간 자취방을 빌려주는 '방학세' 모집하는 게시글 /사진=페이스북 캡쳐
'방학세'의 주 수요층은 취업준비생. 방학을 이용해 유명학원이 밀집한 대도시에서 자격증·어학 등을 공부하거나 기업 공채를 준비하려는 이들이다.



지방의 한 사립대를 다니는 김모씨(23)는 "학교 주변에는 마땅한 자격증 학원이 없어 방학을 이용해 서울로 올라왔다"며 "방학동안 비는 방을 빌리면 가격도 저렴하고 고시원보다 깨끗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안지현(26·가명)씨는 "대다수 대기업이 서울에 몰려있어 면접 때마다 서울로 올라왔었다"며 "공채가 몰리는 기간이라 아예 서울에 방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을 빌려주며 집주인 동의를 얻지 않거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세입자가 자취방을 훼손하거나 월세를 체불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올해 초 한달간 집을 빌려줬던 대학생 김모씨(24)는 "세입자가 집안에서 흡연을 해 온 집안에 담배 냄새가 베었다"며 "보상을 요구했지만 그런 약속은 한 적이 없다며 우겨서 결국 내 돈으로 도배를 다시했다"고 말했다.

천수이 변호사는 "집주인 동의없이 집을 빌려주는 것은 민법상 임대인의 동의가 없는 전대차(임차인이 다시 임차를 주는 행위) 계약에 해당된다"며 "이 경우 집주인이 전대차계약은 물론, 세입자와의 임대계약도 해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은 원칙적으로 구두로도 가능하지만 계약기간·보증금 등 추후 다툼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부분은 반드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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