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의 최전방 조율자 주미대사

머니투데이 오세중 기자 2017.07.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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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미·중·일·러 대사의 정치학上]① 한반도 안보의 중심축은 한미동맹

편집자주 해외 주재 한국 대사관의 특명전권 대사로 나가는 공관장들은 정부를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다. 따라서 임명권자(대통령)가 바뀌면 통상 현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대사로 교체된다. 특히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는 북핵·미사일 등 한반도 안보에 영향력이 상당하다. 따라서 미중일러의 대사 임명은 우리나라가 이들 나라에 대한 입장을 나타내기 때문에 임명이 곧 '정치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첫 미중일러 대사 임명을 주목하는 이유다.

그래픽 = 이승현 디자이너그래픽 = 이승현 디자이너


지난달 18일 강경화 외무장관이 취임한 직후 160여명의 재외공관장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재신임을 묻는 형태로 공관장 물갈이가 시작된 셈이다. 미‧중‧일‧러 4개국 대사를 비롯 60여곳의 공관장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정부의 공관장 인선은 아직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제서야 조각 작업을 마무리한 상황이어서 대사 인선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해외 주재 한국 대사관의 특명전권 대사로 나가는 공관장들은 정부를 대표한다. 따라서 임명권자(대통령)가 바뀌면 통상 현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대사로 교체된다. 특히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개국은 북핵·미사일 등 한반도 안보에 영향력이 상당하다. 교역 등 경제적 측면에서도 최상의 파트너다. 이들 나라에 누구를 대사로 보내느냐는 정권의 마음으로 읽힌다. ‘정치외교적 메시지’란 얘기다. 문재인 정부의 첫 미‧중‧일‧러대사 임명을 주목하는 이유다.



특히 미국은 우리나라에게 제일 중요한 동맹국이다. 주미대사는 한미동맹의 최전선에서 현안을 조율하는 가장 중요한 보직이다. 정부와 대통령의 대미정책 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을 보낸다. 미국의 중요성을 감안, ‘중량감 있는 인사’가 발탁된다. 안보‧외교 능력, 정치력, 정권과 관계 등이 두루 뛰어나야 한다.

실력자다보니 대사 보직 전후를 기점으로 대통령직을 제외한 최고위직에 재임명된다. 부통령까지 지낸 장면 1대 주미대사부터 차관을 지낸 안호영 24대 주미대사(현재)까지 역임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확인된다. 국무총리, 대통령비서실장, 장·차관 등 국가의 주요요직을 안 거친 이가 없다.



◇암살 당할 뻔한 장면 부통령(1대 대사)부터 '한씨 3인방'까지… = 1956년 9월 28일 민주당 전당대회가 시공관에서 열렸다. 장면 제4대 부통령이 취임한 지 한달여 만에 열린 전당대회였다. 당시 장 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었고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부통령이자 제2대·제4대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이가 대한민국의 초대 주미대사였다. 장 전 대사처럼 국무총리를 역임한 주미대사는 한 둘이 아니다. 시점상 주미대사 보직 전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3대와 5대 등 두 번 주미대사를 역임한 정일권, 6대 김정렬, 15대 한승수, 17대 이홍구, 22대 한덕수 전 주미대사 등은 국무총리까지 올라갔다. 김동조 8대 주미대사는 주일 대사로 근무한 경험도 있다. 다만 부르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쓴 '한국현대사'에 일제 강점기 때 일본에 협력한 한국인 사례로 나오면서 '일본 부역자'라는 비판도 받았다. 김 전 대사의 가족관계도 눈에 띈다. 그는 정몽준 전 의원의 장인이며, 그의 손녀들은 홍정욱 헤럴드 회장, 방준오 조선일보 부사장(조선일보 사주가)과 결혼했다. 말 그대로 고위층들 간 혼인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

주미대사를 거친 인사들 가운데는 국무총리 뿐 아니라 대통령 비서실장직을 거친 인물도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함병춘 9대 주미대사다. 독립 운동가이며 대한민국 부통령을 지낸 함태영의 막내 아들인 함 전 대사는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학박사를 받은 학자였다. 박정희 대통령의 외교안보 담당 특별보좌관, 전두환 대통령의 비서실장 등을 지냈다. 함 전 대사는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1983년 당시 버마에서 일어난 아웅산묘역 폭탄 테러 때 순직했다.


주미대사를 거친 이들 중 정권에 상관없이 늘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도 있다. 이른바 '한씨 3인방'이라고 불리는 한승수 전 총리(15대), 한승주 전 외무장관(19대), 한덕수 전 총리(22대)다. 세 명 모두 '전문 관료' 출신인데 입지가 확고하다. 영어권 원어민도 감탄하는 영어 실력과 정파적 중립성, 끝없는 자기관리로 정권교체 때마다 주미대사는 물론 총리직 물망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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