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장기업, 주주환원 보다 투자 늘린다

머니투데이 신혜리 기자 2017.07.24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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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기업,올 상반기 자사주 매입 전년 동기비 48% 감소…경기회복→M&A·설비투자로 방향 선회

일본 상장기업, 주주환원 보다 투자 늘린다


일본 상장 기업이 자사주 매입을 줄이고 투자를 늘리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22일(현지시간) 일본 상장 기업의 올해 상반기 자사주 매입 총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5년부터 일본 기업들은 지배 구조 개혁과 주주 환원의 한 방식으로 자사주 매입을 늘렸다.

하지만 일본 경제가 점차 회복하면서 설비 투자와 M&A(인수 합병) 등의 수요가 늘어나자 자사주 매입을 대거 줄이고 있다. 기업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주주 환원보다는 투자를 늘리겠다는 전략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4년 반 만에 자사주를 매입했던 프린터 업체인 세이코 엡슨은 “당분간 자사주 매입보다 선행 투자를 진행하겠다”면서 사내 정책 전환을 선언했다. 일본 프린터 시장이 축소되면서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 개발과 신규 사업을 겨냥한 M&A 등 새로운 투자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주택건설 업체인 세키스이 하우스도 자산주 매입보다 투자를 우선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회사는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 총액의 비율을 나타내는 환원 비율을 60%로 밝혔지만, 최근 이를 철회했다. 자사주 매입에 썼던 자금을 미국과 중국 등의 해외 사업 투자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총 300억 엔(3015억 원)의 자사주 매입을 단행한 도쿄 전철도 자기 자본 이익율(ROE) 8% 목표를 달성했다며, 향후 투자에 무게를 싣는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오는 2021년 3분기까지 1000억 엔을 투입해 시부야 역 주변을 재개발할 계획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도쿄 증권 거래소 1부 상장기업의 올 하반기 자사주 매입은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일본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2013년부터 4년 연속 확대해왔는데, 최근 이 추세가 꺾였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분석했다.

스즈키 히로미 골드만삭스 전략가는 “일본 기업의 성장 투자 확대가 자사주 매입의 억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밖에도 신문은 닛케이 평균 주가가 2만 원 선을 회복하는 등 주가 상승도 자사주 매입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소프트 뱅크는 지난해 5000억 엔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지만, 올해는 아직 실시하고 있지 않다. 지난 2016년 2월 자사주 매입 당시보다 현재 소프트뱅크의 주가는 2배 이상 올라 자사주 취득 비용도 올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일본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키구치 마사 토시 미즈호 증권 수석 전략가는 “기업이 투자를 우선시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그 투자가 정말 이익으로 이어질지 회사는 신중해야 하며 투자자들에게 정중하게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일본 상장 기업의 수중 자금이 100조 엔을 넘는 가운데 잉여 자금을 어떻게 미래의 성장으로 연결할지가 일본 기업의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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