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렬의 Globalview] 美 위협하는 '中 드론 굴기'

머니투데이 뉴욕=송정렬 특파원 2017.07.24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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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中 분쟁지역 드론수출 독주 vs 美드론 수출막힌 상황…2023년까지 中 드론 4.2만대 생산 추산

미국 제너럴어타믹스의 공격용 드론 '리퍼'의 모습. /AFPBBNews=뉴스1미국 제너럴어타믹스의 공격용 드론 '리퍼'의 모습. /AFPBBNews=뉴스1


[송정렬의 Globalview] 美 위협하는 '中 드론 굴기'
#지난해 11월 중국 광둥성 주하이에서 열린 중국 최대의 에어쇼인 '중국국제항공우주박람회'. 2명의 군복을 입은 사우디아라비아 장교들이 이 행사에서 처음 공개된 중국의 공격정찰용 무인기(드론) 'CH-5 레인보우'를 살펴보며 연신 "놀랍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지난해 10월. 예멘 공습에 사용되는 사우디아라비아 활주로에서 몇개의 새로운 강력한 무기의 형태가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미국의 공격용 드론 '프레데터'의 복제품으로 불리는 중국의 드론 '윙룽' 3대였다.



중국의 드론 굴기가 미국의 드론산업뿐 아니라 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이 중동과 아프리카 분쟁지역에 공격용 드론을 활발하게 수출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동맹국들도 구매가 가로막힌 미국산 대산 중국산을 사들이고 있다.

반면 미국은 오랫동안 자국의 강력한 드론이 적국의 손에 들어갈 것을 우려, 강력한 수출 통제를 통해 드론 판매를 막아왔다. 실제로 영국만이 유일하게 미국산 드론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이 이런 공백을 파고들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들이 미국 제너럴어타믹스의 ‘프레데터’ ‘리퍼’를 닮은 드론 제품을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프레데터의 대당 가격은 500만 달러를 호가하지만, 프레데터의 복제품으로 불리는 '윙룽'은 100만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은 2014~2015년부터 공격용 드론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주로 저기술 무기들은 가난한 나라들에 팔아왔지만, 이제는 스텔스전투기를 포함한 첨단 무기들을 마케팅 하고, 특히 미국과 러시아가 이전에 지배했던 시장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 같은 무기 판매는 중국이 경제적 이해관계가 확대되는 지역에서 지렛대를 확보하고, 자국을 글로벌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드라이브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금액기준으로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의 무기수출국이다. 중국이 이 같은 순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주로 중국산 공격용 드론 수요 때문이다.

미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공격용 드론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에 판매됐다. 다른 드론생산 국가들이 국제 합의에 따라 판매에 제한을 받는 상황이어서 중국은 경쟁도 없이 드론을 수출하고 있다.

미국 등 세계 35개국은 1987년 드론에도 기술이전제한을 적용하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합의했다. 하지만 중국은 참여하지 않았다. 또한 2016년 공격용 드론의 수출 및 사용원칙에 대한 45개국의 합의에서도 중국은 빠졌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오는 2023년까지 10년 동안 4만2000대, 판매금액기준 100억 달러 이상의 드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미국의 드론 제조업체들은 더 이상 드론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수정과 규제 완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 드론산업이 트럼프를 등에 업고 수출 날개를 펼칠 경우 자존심을 건 미·중간 드론전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선 이제 4차산업 혁명이라는 말이 식상할 정도다. 드론 산업도 오래전부터 주목받던 분야였다. 하지만 세계 드론 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찾아볼 수 없다. 늘 정답은 말의 성찬보다는 작은 규제 하나라도 푸는 실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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