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통과까지 24시간 '밤샘 국회'…고비마다 불발 위기도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2017.07.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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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우리 빼고 진행…날치기" 반발한 한국당, 미뤄진 본회의에는 불참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17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이 재석 179, 찬성 140, 반대 31, 기권 8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스1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17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이 재석 179, 찬성 140, 반대 31, 기권 8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스1


국회가 22일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국회 접수 45일 만에 본회의 의결 시키기까지 전날 오후부터 거의 24시간이 걸렸다. 주말 전 무조건 추경을 통과시키겠다는 여야 3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은 본회의를 밤 늦게라도 강행하려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를 막아서며 의장 중재로 본회의를 22일 오전으로 미뤘지만 정작 본회의장에는 의원 대부분이 나타나지 않았다.

◇21일 낮, 한국당 뺀 추경 논의 급물살=추경 논의 44일 째인 지난 21일 오후 들어 한국당을 뺀 나머지 3당 간에 추경을 이날 중 본회의까지 통과하기로 뜻이 모아졌다. 여당이 추경의 핵심 쟁점이었던 공무원 증원 비용 80억원을 추경 대신 본예산 목적예비비 500억원으로 쓰기로 양보하며 협상 여지가 생겼다.



야당이 제시한 공무원 증원 숫자를 조율하자는 조건을 정부·여당도 받아들이며 상황이 빠르게 변했다. 목적예비비로 증원할 중앙직 공무원 4500명 규모를 어느 수준까지 줄이느냐에 대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정부·여당이 제시한 2800명 안을 따르기로 했다. 반면 한국당이 1000명을 제시하며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여야 3당은 합의가 이뤄지자 한국당을 빼고 이날 중 본회의를 열고 추경 처리를 마치기로 했다. 이들이 '이날 중 본회의가 열리니 꼭 참석하라'며 당 내 의원들에게 보내 소집령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장관 겸직 의원들이나 '한일의원연맹' 방일 일정으로 일본에 있던 의원들에게까지 비상 소집령이 내려졌다.



◇21일 오후 3~6시, 소외당한 한국당의 반발…조정소위 재개=여야 3당이 급히 움직이며 예결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개최를 추진하자 한국당이 오후 들어 강하게 반대하기 시작했다.

오후 3시30분쯤 후 여야 4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회동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도읍 한국당 예결위 간사는 "꼭 필요한 공무원 수에 대해 보고받은 바가 없고 협의도 안됐다"며 "한국당이 예결위 전체회의에 참여할지 아닐지 확인도 없이 빼고 진행하냐"고 항의했다.

김 간사는 오후 5시쯤에야 간사 회동이 열리는 예결위원장실을 박차고 나왔다. 그는 "수백조 세금이 들어가는 부분을 이렇게 강행하겠다 하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불쾌함을 나타냈다.


여야3당은 한국당 없이 예결위 전체회의에 올리기 위한 최종 추경안을 만들기 위해 중단됐던 조정소위를 오후 5시25분쯤 재개했다. 그러자 한국당은 "그럼에도 성실하게 꼼꼼하게 추경심사는 하기로 했으니 바로 (참여)하겠다"며 곧바로 심사에 복귀했다.

◇21일 밤, 여야3당 "아침이 오기전에"…한국당 "야합·날치기" 항의=저녁식사 시간도 없이 조정소위가 이어지는 한편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기싸움이 벌어졌다. 우 원내대표와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가 이후 저녁 7시쯤 예결위원장실에서 만났지만 곧바로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헤어졌다.

그 사이 밤 늦게 진행될 것으로 예고됐던 예결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는 예결위 소위 종료가 지연되면서 각각 다음날 오전 1시30분과 2시로 잠정 연기됐다. 여야3당은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의원들을 국회에 대기시켰다. 날짜상으로 다음날로 넘어가더라도 아침이 오기 전 추경 처리를 마치겠다는 계획이었다.

반면 한국당은 이를 '야합'이자 '날치기'라며 맹렬히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밤 10시45분에 기자회견을 열고 "본회의 추경 처리가 만약 오전 2시에 이뤄지면 여당에 의해 이뤄진 '야합'·'날치기'"라 말했다. 그는 "의사일정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야밤에 강행한다는것은 국회 운영 원칙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당 의원들에게 공지를 할 새도 없이 모두 지역구에 내려가 본회의에 참여할 수가 없다며 "의원들이 본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권한과 권능을 박탈한 위헌 문제"라고 지적했다.

◇21일 자정 직전, 본회의 토요일 오전 9시30분으로 연기=자정을 한 시간 남기고 정 원내대표는 의장실을 찾아갔다. 정 원내대표 외에도 나머지 여야 3당의 원내지도부가 모두 모였다. 이들은 4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눈 뒤 정 원내대표의 항의를 받아들인 의장 중재로 본회의 시간을 오전 9시30분으로 늦췄다.

우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본회의 소집에 협조키로 했고 순조롭게 진행되게 하겠다 했다"고 전했다. 반면 정 원내대표는 "참여하고 반대하고 불참할지 여부는 각 당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해 전운을 예고했다.

본회의는 날이 밝은 후로 미뤄졌지만 예결위 전체회의는 22일 새벽 중 마치기로 각 당 사이에 합의가 됐다. 다만 이날 오전 1시30분으로 예정됐던 회의는 예결소위에서 막바지 항의를 이어가는 한국당에 막혀 오전 3시에나 시작됐다. 한국당이 막바지 조정 단계에서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미세먼지 관련 추경을 빼기 위해 반대 토론을 이어갔지만 11조332억원의 추경안이 확정됐다. 이 추경안은 오전 3시30분쯤 예결위를 통과하고 본회의에 회부됐다.

◇본회의 올랐지만…한국당 불참에 위기=국회는 예정보다 조금 늦어진 오전 9시50분 본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한국당은 본회의 가결을 도와주지 않았다.

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에 참석은 했지만 반대토론만 마친 뒤 투표 직전 회의장을 떠났다. 투표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자 한 시간여 동안 의원들이 대기한 채 각 당 지도부가 참석하지 않은 의원들을 찾으러 다녔다. 자리만 묵묵히 지킨채 표결하지 않은 장제원 한국당 의원 옆에 의원들이 붙어 설득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결국 오전 11시54분이 되어서야 투표 정족수가 채워져 간신히 의석을 메우고 추경안이 가결됐다. 재석 의원 179명 중 찬성 140표, 반대 31표, 기권 8표가 추경안에 대한 국회의 최종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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