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보험아줌마'…24시간 영업 뛰는 'AI 설계사' 나온다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7.07.19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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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금융의 미래-새로운 금융이 온다]<4>-① 보험산업의 변신

보험은 상품을 고객에게 밀어 넣는 ‘푸시(push)산업’이라 한다. 보험은 막상 사고나 질병이 발생하기 전까진 필요성을 느끼기 어려워 회사가 상품을 들고 소비자를 찾아다녀야 한다는 의미다. 보험산업에 흔히 ‘보험아줌마’라 불리는 설계사가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2025년이면 ‘보험 아줌마’는 AI(인공지능) 설계사에 자리를 내주고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요즘 팔리는 민영 의료보험은 질병에 걸렸을 때 의료비를 보장해주는데 그치지만 앞으로는 고령화 시대에 맞춰 규제가 완화되면서 보험 가입자의 건강상태를 미리 관리해 질병 예방을 도와주는 헬스케어(건강관리) 보험이 일반화할 전망이다. 또 무인자동차가 등장하면 제조업체의 보험 가입이 의무화하며 개인은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굿바이 보험아줌마'…24시간 영업 뛰는 'AI 설계사' 나온다


◇AI가 연중무휴 24시간 보험 상담하며 판매도 ‘척척’=보험산업에 AI 시대는 이미 열렸다. AIA생명 한국지점은 고객이 자주 문의하는 질문은 챗봇(채팅하는 로봇)이 답변하고 판매된 보험계약에 대해서는 로보텔러가 고객에게 전화해 완전판매 여부를 확인하는 AI 콜센터 ‘AI ON’을 도입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생명과 삼성생명도 AI 콜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일단은 AI가 콜센터 상담사의 기초적인 업무만 담당하겠지만 앞으로 정보가 축적되면 점점 더 고난도의 고객 응대가 가능해지며 설계사의 보험 판매 업무까지 떠맡을 전망이다. AI는 고객과 양방향 소통이 가능해 질문에 답변할 수 있고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맞춤형으로 상품을 추천할 수도 있다. 보험사로선 AI 설계사를 도입하는데 투자비가 많이 들긴 하지만 한번 구축하면 설계사에게 지급해야 하는 사업비 지출이 필요 없어 비용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다. 이에 따라 AI 설계사를 통해 판매되는 보험은 보험료도 저렴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머지않은 미래에 설계사들은 비용 측면에서나 신속성 측면에서나 AI와의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며 “보험사의 현재 설계사 채널은 재무설계와 건강관리 같이 좀더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원조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독립적으로 설계사들을 고용해 보험을 판매하는 GA(보험대리점)도 AI로 인해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독자적인 AI 판매조직을 갖추지 못한 보험사를 지원하며 살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상품)는 은행권이 AI를 도입하면서 새로운 성장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험 판매조직뿐만 아니라 보험료와 보험사가 쌓아야 할 책임준비금을 계산하는 계리사, 보험 가입을 심사하는 언더라이터, 보험금 지급 업무까지 AI가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수행하며 보험사에서 사람이 담당하는 일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지금 사람이 하는 전통적인 보험 업무는 AI에 내주는 대신 AI를 고도화하고 유지, 관리하는 AI 전문가와 고객에 대한 통계를 분석해 상품 개발과 AI 개발에 반영하는 빅데이터 전문가는 보험사 주요 인력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의료보험, 건강관리 받으며 맞춤형 보장=해외에선 보험사가 고객의 건강정보를 바탕으로 건강관리를 해준다. 미국 1위의 건강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는 애플이 스마트기기를 통해 수집한 개인의 건강정보를 이용해 고객에게 맞춤형으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국내에선 의료법이 보험사 등 다른 산업의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보험사의 헬스케어 서비스는 고액의 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건강 상담과 일반적인 건강정보 제공, 진료 예약 대행 등을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로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ICT(정보통신기술)가 발전하면 국내에서도 의료법 규제가 완화되면서 여러 산업이 제휴해 제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ICT를 통해 고객의 건강상태가 실시간 점검돼 정보가 쌓이면 보험사는 건강관리 서비스 전문업체와 손잡고 이에 기반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해 질병을 예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고객의 건강관리 상태에 따라 보험료를 조정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보장은 추가하거나 늘리고 상대적으로 발병 가능성이 낮은 질병에 대한 보장은 줄이는 맞춤형 보험 서비스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자율주행차 시대 열리면 자동차보험은 내리막길=유럽의 투자회사 엑산BNP파리바는 2015년부터 주차 보조, 차선 이탈 방지 등 부분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자동차가 나타나기 시작해 2020년 이후에는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시판되고 2025년부터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판매될 것으로 전망했다. 부분 자율주행차는 목적지까지 일정 경로를 운전자의 조작 없이 이동 가능하고 완전 자율주행차는 시동을 켠 후 목적지에 주차할 때까지 운전자의 조작이 전혀 필요 없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2025년에 상용화하면 30년 후인 2055년에는 자동차보험 시장이 16조1000억원으로 지금보다 약 1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은 자동차 운전자가 의무적으로 자동차보험에 가입해야 하지만 완전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제조사의 제조물책임보험이 자동차보험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승현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교통안전팀장은 “초기에는 자율주행차에 대해 제조사도 제조물책임보험에 가입하고 자동차 소유주도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겠지만 사고시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만큼 점점 제조물책임보험이 자동차보험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개인이 가입하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자동차보험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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