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내 청약, 계약금 1억원 내세요"…무주택자들 속앓이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17.07.05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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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택지 내 청약, 계약금 1억원 내세요"…무주택자들 속앓이


무주택 서민을 대상으로 공급하는 공공택지지구 내 아파트단지가 계약금 20%를 요구해 예비 청약 신청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투자 수요의 진입을 막기 위한 조치라지만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제한한다는 우려도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 고양시 지축공공주택지구 B4블록에 공급되는 ‘지축역 센트럴 푸르지오’는 오는 6일 1순위 청약 신청을 받는다. 지하철 3호선인 지축역이 가깝고 서울과 바로 인접해 은평구 등 서울 거주자들의 관심도 많다. 인근에 은평구 롯데몰뿐 아니라 곧 문을 여는 신세계복합쇼핑몰 스타필드 2호점과 조립식가구 전문점 이케아 2호점 등이 가까운 것도 이점으로 꼽힌다.



이 단지는 분양가상한제의 적용을 받아 3.3㎡당 평균 분양가는 1490만원대. 78·84㎡(이하 전용면적)의 분양가는 4억2000만원에서 5억390만원까지다. 5억원 안팎의 금액으로 역세권의 30평형대 아파트 장만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셈이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 지축역센트럴푸르지오 모델하우스 앞에 계약금 20%에 반대하는 지축지구 원주민들의 현수막들이 걸려있다. /사진=배규민 기자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 지축역센트럴푸르지오 모델하우스 앞에 계약금 20%에 반대하는 지축지구 원주민들의 현수막들이 걸려있다. /사진=배규민 기자
공공택지지구 내 분양 단지로 일반 청약 자격 요건은 까다롭다. 무주택 세대주만 신청이 가능하며 100% 가점제로 부양가족이 많고 무주택 기간이 길수록 당첨의 가능성이 높다. 분양 관계자는 “실제로 청약을 받아야 알겠지만 50점 후반대는 되야 조금이라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가령 무주택기간이 12년이고 부양가족이 4명,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6년 이상이 되야 겨우 59점이 된다.



어렵게 당첨이 되더라도 계약금 마련이라는 부담이 남는다. 지난 1일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50대의 고양시 한 주민은 “오랫동안 기다린 단지”라면서 “가점이 높아 기대하는데 84㎡를 분양받으려면 다음 달 내에 1억원을 마련해야 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의치 않으면 청약을 포기할 생각”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축역 센트럴 푸르지오’는 이번 주 1순위 청약 신청을 받는 수도권의 주요 단지 중 유일하게 계약금 20%를 책정해 초기 부담금을 높였다. 오는 5일 1순위 청약을 받는 서울 강동구 고덕센트럴 아이파크 84㎡과 비교하면 계약금이 2000만원~3000만원 안팎이 더 든다.

지난 1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 지축역센트럴푸르지오 모델하우스 앞. 입장을 위한 대기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입장까지 최소 1시간에서 2시간이 소요된다는 게 분양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진=배규민 기자지난 1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 지축역센트럴푸르지오 모델하우스 앞. 입장을 위한 대기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입장까지 최소 1시간에서 2시간이 소요된다는 게 분양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진=배규민 기자
발코니 확장비는 1200만원으로 별도로 책정되며 확장에 따른 별도 옵션도 대부분 유상이다. 중도금도 이자 후불제로 입주 때 1000만원이 넘는 이자를 한 번에 부담해야 한다. 계약금 20%에 대한 지축지구 원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원주민들은 계약금을 10%로 낮추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계약금 20% 책정과 관련해 투기 수요의 진입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안세희 대우건설 지축역 센트럴 푸르지오 소장은 “역세권이다 보니 투자 수요도 상당수 있다”며 “초기 부담금을 높이면 아무래도 실수요자들 위주로 청약 신청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각에서는 자칫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 Y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공공택지 내 분양 단지라 어차피 돈이 있는 유주택 투자자들은 청약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애초 입주 때까지 분양권 거래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순히 투자 수요가 몰릴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입지가 좋은 아파트 단지기 때문에 가점이 높은 장기 무택자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데 1억원이라는 계약금 마련이 큰 걸림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초기 부담금이 높지만 시공사는 분양 흥행을 예상했다. 예비 당첨에서 계약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별도의 ‘내집 마련 신청서’ 접수를 받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1순위 청약일은 서울 주요 단지들이 청약접수를 받는 오는 5일 하루 뒤인 6일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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