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구글·철강發 '무역전쟁' 전운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7.06.2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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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구글에 사상 최대 반독점 과징금…美, 철강수입 제한 '핵옵션' 검토

세실리아 말름스트롬 유럽연합(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이 26일(현지시간) 회견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유럽산 철강에 수입관세나 수입쿼터를 부과하면 보복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AFPBBNews=뉴스1<br>
세실리아 말름스트롬 유럽연합(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이 26일(현지시간) 회견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유럽산 철강에 수입관세나 수입쿼터를 부과하면 보복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AFPBBNews=뉴스1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전쟁 전운이 짙어졌다.

미국의 외국산 철강 수입 규제 움직임에 EU가 보복을 예고한 가운데 미국 간판 IT(정보기술) 기업인 구글은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EU에 역대 최대인 24억2000만 유로(약 3조1332억 원)의 과징금을 물게 돼서다. 미국이 대응하고 나서면 무역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실리아 말름스트롬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전날 회견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유럽산 철강에 수입관세나 수입쿼터를 부과하면 보복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준수한 것인지 따져 볼 것"이라며 "우리에게 타격을 주면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입산 철강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대선 때 자신을 밀어준 철강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조치다. 과잉생산으로 국제 철강가격하락을 부채질한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EU는 미국이 무역장벽을 높이면 중국산 철강이 대거 유입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과 일본, 캐나다 정부와 철강업계도 같은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에 수차례 반덤핑 관세와 반보조금 제재를 가하면서 중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불과 2년 만에 73% 감소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14년간 쓰지 않은 '핵옵션'을 쓸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수입 규제에 나서면 그가 대선에서 공언한 첫 보호무역 조치가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FT는 말름스트롬의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미국과 EU의 무역전쟁 가능성이 커지는 걸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리는 트럼프가 지시한 조사 결과가 다음달 7~9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전에 발표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트럼프도 참석할 예정인 정상회의 분위기가 험악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EU 경쟁당국이 이날 구글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한 것도 미국과 EU의 무역전쟁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FT는 EU가 애플에 이어 구글에 철퇴를 내린 게 미국 기업들의 격한 반응을 자극할 수 있다고 봤다. 미국 기업들의 반발이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무역 행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장 구글은 EU가 부과한 과징금에 반발해 법원에 제소한다는 입장이다. 애플도 EU의 '세금폭탄'에 불복해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소송을 냈다. EU 경쟁당국은 지난해 애플에 아일랜드 정부가 2003년부터 2014년까지 감면해준 세금 130억 유로를 강제추징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정부는 EU가 계속해서 자국 기업을 문제 삼는 건 불공평하다는 입장이다. EU 경쟁당국이 2010년부터 올 1월까지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재를 가한 기업 가운데 미국이 차지한 비중이 15%에 이른다.

FT는 미국과 EU의 갈등이 새로운 건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변덕스럽고 유럽을 경시하는 만큼 싸움을 키울 공산이 크다며 미국과 EU의 관계가 큰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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