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 한미정상회담(하)

머니투데이 우경희 김성휘 김민우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2017.06.2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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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文 대통령 방미, 7대 관전포인트는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사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통화를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7.05.11/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사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통화를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7.05.11/뉴스1



진보정부의 한국 대통령이 미국을 찾는 것은 9년만이다. 박근혜 대통령 때 없었던 퍼스트레이디 외교도 재개된다. 무엇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입을 놓고 경직 조짐을 보이는 한미관계를 녹일 정상회담의 의제에 관심이 집중된다. 비단 한미간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과 일본, 북한이 포함된 광의의 의제가 될 수 있다. 동북아의 시선이 온통 두 정상의 회동에 집중되는 이유다.

10년만에 진보진영 대통령 방미 = 문 대통령의 방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9년만에 정권교체를 통해 한국에 들어선 진보진영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다. 미국 조야에서 한국의 대미 정책이 강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문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한미 관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런 불안감을 걷어내야 한다. 사실상 이번 정상회담을 관통하는 최대 과제가 될 수 있다.



청와대와 백악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혈맹'을 강조하는 일정이 다수 포함된 것이 이를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방미 첫 일정으로 6.25장진호 전투기념비에 헌화한다. 문 대통령의 부모도 흥남철수에서 남한으로 넘어온 난민이다. 함께 싸우며 피로 맺은 한미동맹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일정이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참전기념비에 헌화하는 일정도 있다. 펜스 부통령의 선친은 잘 알려진대로 한국전 참전용사다.

정상회담 의제는 = 한미 정상회담 테이블에는 △북핵 문제 해결 방안 △한미동맹 발전 방향 △경제 협력 및 글로벌 협력 강화 등이 의제로 오를 전망이다. 북한 정권이 핵무기 개발을 본격화한 이후 북핵문제는 한미 정상회담의 단골 이슈다. 여기에 사드 문제,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등의 민감한 사안들이 추가됐다. 양국 모두 정부 교체 초기인데다 첫 정상회담인 만큼 한미동맹을 확인하는 원론적 수준의 회담이 예상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돌발 이슈를 끄집어낼 가능성도 열려있다.



美 무역적자 변수될까 = 오히려 폭탄은 경제이슈에서 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미 통상관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무역적자 분석 및 철강 안보영향 보고서가 주중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과 중국, 독일 등 16개국을 대상으로 무역적자 원인을 분석하라고 지시한 뒤 작성된 보고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FTA 재협상을 대선 기간 중 직접적으로 강조했다. 보호무역 바람 역시 문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직접적인 논의를 피하면서 원론적 수준의 협력이 상책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조깅하는 모습/사진(청와대)김영삼 전 대통령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조깅하는 모습/사진(청와대)
결정적 장면, 어떻게 연출 = 한미정상회담이 딱딱한 테이블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긴장을 풀고 레저 등을 함께 즐기는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부시 전 대통령을 카트에 태우고 운전한 MB(이명박 전 대통령), 백악관 만찬에서 DJ(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귀엣말을 하는 장면, 클린턴 전 대통령과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함께 조깅하는 장면 등은 정상회담 의제보다 더 큰 우호의 메시지를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 애호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방미 당시 골프회동으로 우의를 다졌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골프를 치지 않는다. 대신 산행을 통해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다. 변칙을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문 대통령은 원칙주의자다. 상징적으로 친분을 과시할 수단을 찾기가 쉽지 않은 조건이다. 트럼프 악수로 유명한 악력대결 외에 긴장을 풀 수 있는 대목을 찾기 위해 양국 실무진이 머리를 싸맸다는 후문이다.

퍼스트레이디 외교 재가동 = 양 정상의 성향 차이만큼 배우자들의 스타일도 다르다.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밝고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딸 이방카 내외가 영부인보다 더 두드러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 여사가 선물과 의상 등으로 다양한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도 높다. MB정부 당시 김윤옥 여사는 부시 전 대통령 부인 로라 여사에게 백자 커피잔을 선물했다. 김 여사도 멜라니아 여사의 성향에 대해 조언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방미 기간 동안 교포 격려 행사는 물론 교육시설과 복지시설을 둘러볼 전망이다.

백악관 의전 MB-朴 첫 방문보다 한단계 위 =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는 '공식 실무방문' 형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방미 당시 '실무방문'보다 의전이 한 단계 높다. 공식 실무방문 윗 단계는 '국빈방문'이 있다.

문 대통령의 첫 방미는 공식 실무방문 형태다. 국빈방문 의전 절차는 생략되지만 백악관 환영만찬 등 사실상 국빈급 의전이 준비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백악관에서 외국 정상에게 환영 만찬을 준비하는 것은 모디 인도 총리 이후 문 대통령이 두 번째다. 최고 수준의 예우다.

교민사회 어떤 메시지 던질까= 문 대통령은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과 간담회 및 동포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예정하고 있다.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격려하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교민사회에 어떤 화합의 메시지를 던질지도 관심거리다

공동성명? 첫 만찬? 첫 방미 앞둔 靑 해프닝 연속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함께 26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전직 주미대사 초청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 2017.6.26/뉴스1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함께 26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전직 주미대사 초청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 2017.6.26/뉴스1

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떠난 뒤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AFP=뉴스1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떠난 뒤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AFP=뉴스1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27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역대 가장 빠른’ 한미 정상회담이란 기대는 어떤 형태로든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부담으로 이어진다.

문 대통령은 역대 정권 출범 후 가장 빠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인수위원회 기간조차 없었는데도 정상회담을 추진한 속도는 과거보다 빠르다. 한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정상회담 상대는 언제나 미국 대통령이었다. 이승만 대통령부터 예외 없이 그랬다. 한미관계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양국 현안은 간단치 않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압박하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혔다. 정상회담, 만찬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이에 대한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 동시에 사드 배치를 두고 자칫 잡음이 나올 수 있는 굳건한 한미 동맹도 재확인해야 한다. '디테일'보단 상호신뢰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선에서 이 사안을 정리할 수도 있다. 경제분야에서 투자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고차방정식같은 숙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7일 막판 준비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서류 보고를 받아보고 있는데 여러가지 버전이 계속 업데이트된다"며 "그 내용을 계속 읽고 대통령 본인도 이를 숙지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양국이 서로를 얼마나 예우하고 예우 받느냐는 자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요소여서 이와 관련한 해프닝도 벌어진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6일 춘추관을 찾아 방미 일정을 설명했다. 정 실장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단독정상회담, 확대정상회담, 이후 양 정상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기자들에게 정상회담 결과와 의미를 직접 발표한다"고 말했다.

사소해보이지만 중요한 표현이 빠졌다. 공동성명도, 질의응답도 없다. 외교가에 따르면 '공동언론발표'는 공동성명이나 기자회견이 아니라 각 정상이 각자의 소감을 밝히는 자리다. 나란히 연단에 설 뿐 사실상 각자 입장 발표나 마찬가지다. 자칫 공동성명 또는 합동 기자회견보다 격이 떨어지는 것 아니냔 지적을 받을 수 있었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양 정상이 각각 정상 회담의 소감에 대해 언론발표 형식으로 설명한다"고 부연했다.

공동성명이 없다면 의제 조율이나 사전 합의가 원만하지 않다는 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첫 방미때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을 채택, 발표했다. 이같은 사실은 박 전 대통령 방미 출국 전부터 공개됐다. 한편 질의응답이 없는 발표 형태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캐릭터 영향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문 대통령 부부의 백악관 만찬이 갖는 의미도 관심이다. 청와대는 지난 25일 문 대통령의 환영만찬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 백악관에서 외국정상과 갖는 환영만찬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첫 만찬'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문 대통령보다 앞서 26일 워싱턴을 찾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다. 청와대는 이에 부부동반 만찬으로는 문 대통령이 처음이라고 정정했다. 모디 총리가 혼자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을 했기 때문이다.

환영 만찬은 외국 정상에 대한 신뢰와 우애의 뜻을 담는다. 부부동반도 의미가 있다. 단 '첫 만찬'이란 당초 설명은 문 대통령이 각별한 예우를 받고 있음을 강조하려 한 나머지 청와대가 다소 앞서간 것 아니냔 지적도 받았다.



文 대통령 첫 방미, '공식 실무방문' 어떤 형식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청와대 세종실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 2017.6.27/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청와대 세종실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 2017.6.27/뉴스1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은 ‘공식 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 형식으로 이뤄진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방미는 ‘실무방문‘(Working Visit)’ 형식이었다.

외국 정상의 방미 형식은 의전형태에 따라 국빈방문(State Visit), 공식방문(Official Visit), 공식 실무방문, 실무방문, 개인방문(Private Visit)으로 나뉜다.

국빈방문은 초청국가가 상대방 국가 지도자를 최고의 예우를 갖춰 대접하는 것을 말한다. 상대측 국가 원수가 도착할 때 대통령이 직접 나가서 영접하거나 최소한 부총리나 총리 이상이 영접한다. 군의장대를 사열하는 의전 절차가 진행되고 21발의 예포가 울리는 공식 환영식이 백악관에서 열린다. 미국 내 주요 인사가 참석하는 백악관 환영 만찬이 열리고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도 주선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6월 처음 미국을 방문할 때 국빈으로 초대받았다.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대통령이 국빈방문으로 미국을 찾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실무방문 형식으로 두 번 미국을 방문했고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공식 실무방문 형식으로 미국을 찾았다.

공식방문은 국빈방문에 비해 여러 의전 절차가 생략된다. 실무방문은 공식방문보다 더 의전행사가 생략된 형식으로 격식없이 만나 의논하며 때로는 노타이 차림으로 간식을 먹으며 회의하기도 한다. 눈에 보이는 의전보다 내용을 더 중요시 여기는 방문형태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 형식도 실무방문이었다.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을 백악관이 아닌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전 대통령이 직접 부시 대통령을 태운 골프카트를 운전하는 등 격식을 버리고 우의를 쌓는 자리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공식 실무방문 형태로 미국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번 방미 위상을 공식실무방문으로 보고 준비해 왔다. 국빈방문이 아니기 때문에 상·하원의원 초청 연설, 예포가 울리는 공식 환영회 등 국빈 의전 절차는 생략된다. 의전보다 내용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예의는 갖추되 딱딱한 형식을 버리고 양정상이 친분과 우애를 쌓는 일정이 포함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최하는 백악관 공식 환영 만찬에는 참석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슷한 시기에 취임한 양 정상이 앞으로 오랜기간 함께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두 분의 개인적 유대와 신뢰관계를 구축하는데 초점을 두고 그 일정 위주로 준비하자는 데 미국측과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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