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간은 아날로그로 회귀하려 한다. 디지털 음원 시대에 LP(레코드판)가 고가에 거래되고 LP공장이 다시 들어섰다. 가장 '종이'에 가까운 전자책을 찾는 독서 문화의 역설까지. '아날로그 열풍'은 단순한 변덕이나 유행을 넘어 한 줄기 문화 산업 흐름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색스는 인문학적, 산업적 통찰력을 통해 디지털 라이프의 한계와 아날로그 세계의 확장성을 조명한다. 1부에서는 LP, 종이, 필름, 보드게임 등 아날로그 사물의 매력을 다각도로 비추고 2부에서는 아날로그적 아이디어가 출판, 유통, 제조 등의 산업에서 가져오는 변화를 살핀다.
"레코드판이 꽂힌 서가에서 앨범을 골라 디자인을 꼼꼼히 들여다보다가 턴테이블의 바늘을 정성스레 내려놓는 행위, 그리고 레코드판의 표면을 긁는 듯한 음악 소리가 스피커로 흘러나오기 직전 1초 동안의 침묵.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손과 발과 눈과 귀, 심지어 (레코드 표면에 쌓인 먼지를 불어내기 위해) 가끔은 입도 사용해야 한다."
◇아날로그의 반격=데이비드 색스 지음. 박상현·이승현 옮김. 어크로스 펴냄. 448쪽/1만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