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1600억 무조건 반납? 공공노조의 아집

머니투데이 세종=조성훈 기자 2017.06.28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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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기사는 공공노동자들의 결단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 기사가 밝힌 노조 관계자는 노조 의사결정 관련 권한을 가진 집행부들이 아님이 밝혀졌다. 기사는 일부 의견을 침소봉대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노노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 머니투데이에 대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힐 것을 촉구하며, 향후 또다시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대처할 것임을 밝힌다.”

지난 22일 본지가 보도한 ‘1600억원 인센티브 반납하라? 공기업 노조 반발’ 제목의 기사에 대해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조 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가 낸 성명서의 일부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성명서는 그들이 주장하는 팩트와 거리가 멀다. 보도의 요지는 정부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의무시행 방침을 폐지키로 한 가운데 주요 공기업 노조가 연초에 지급된 성과연봉제 인센티브 반납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인센티브 강제환수가 불가능하다는 법률 자문결과를 받아 사실상 160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 환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공대위가 문제 삼은 취재원은 의사결정권이 없는 일반 조합원이 아니라 노조의 핵심 간부들이었다. 특히 한전은 최대 공기업이면서 노사합의로 성과연봉제를 먼저 도입해 가장 많은 인센티브를 받았다. 한전 노조의 의사결정이 노사합의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71개(전체 119개중) 공공기관에 미치는 영향은 그 어떤 곳보다 클 수밖에 없다.



물론 공대위 주장대로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48곳) 중 가스공사와 철도공사처럼 이미 받은 인센티브를 도로 내놓겠다고 한 곳도 있다. 반면 동서발전처럼 공개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른 인센티브는 조합원들의 희생과 양보의 대가이므로 순순히 반납할 수 없다”고 한 곳도 있다.

의도가 어찌 됐건 간에 1600억원의 인센티브를 회수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고용안정에 사용하자는 공대위의 제안 자체는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

상당수 공공기관들은 공대위 방침과는 달리 노사합의라는 형태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내부 갈등과 진통을 겪었다. 일부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고 해도 공공부문에 성과중심의 조직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성과연봉제 환원이나 인센티브 반납에 대한 의사결정 역시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세금까지 낸 개인의 자산을 다시 내놓으라는 요구는 심리적으로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물론 인센티브를 반납하지 않을 경우의 도덕적 책임이나 국민적 비판은 온전히 그들이 져야 한다.

상급단체가 단위노조의 의견을 묻고 설득하는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한다. 그게 생략됐다면 민주적 절차라고 보기 어렵다. 노조의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강요했다며 박근혜정부를 앞장서 비판했던 게 바로 공대위였음을 상기해야 한다.

조성훈 머니투데이 경제팀장조성훈 머니투데이 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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