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소비자가격표시제…빙과류, 무더위에도 웁니다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17.06.2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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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아이스크림 상설할인점 전국 500~600개로 늘어…온라인까지 합세해 '반값' 고착화

한 판매점에 놓인 빙과류 냉동고.한 판매점에 놓인 빙과류 냉동고.


빙과류 권장소비자가격 표시제가 도입된 지 1년이 돼 가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아이스크림을 반값에 파는 상설판매점이 늘어나고, 유통업체에서 빙과를 미끼상품으로 내거는 일이 여전한 탓이다. 성수기에도 빙과업체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빙과업체들은 지난해 8월1일 ‘바(BAR)’형 제품에 대해 권장소비자가격(이하 권소가) 표시를 결정했다. 2010년 오픈프라이스(제품에 소비자가격을 표시하지 않고 유통업체가 최종 판매가격을 정해 판매하는 제도) 시행 이후 빙과류 제품이 대표 미끼 상품으로 쓰이면서 비정상적인 가격 구조가 형성되자, 가격 주도권을 찾아오려 한 것이다. 권소가 제도가 정착되면 시장의 무분별한 할인률을 제한, 빙과업체의 납품가 인하 압력이 줄어 만년 적자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시행 1년을 앞두고 오히려 빙과업체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긴 불황속 아이스크림 상설할인점이 늘고, 최근에는 오픈마켓까지 빙과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든 탓이다.

26일 빙과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른 무더위 속 지방을 중심으로 아이스크림을 권장소비자가격보다 30~80% 저렴하게 판매하는 아이스크림 상설할인점이 늘어났다.



매장 하나를 빌려 냉동고 10여대를 놓고 빙과 아이스크림만 200~300여개를 판매하는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2010년 한때 유행했다가 최근 불황 탓에 재등장했다. 업계는 전국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500~6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올해 들어서는 카카오 선물하기와 오픈마켓 등을 중심으로 반값에 판매하는 온라인 도매상까지 늘어나면서 빙과류 반값이 고착화되고 있다. 실제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서 빙과류 판매량은 올해(1~5월) 전년 동기 대비 98% 증가했다. 최근 한 달(5월26~6월25일) 사이에는 66% 확대됐다. G마켓 역시 같은 기간 109% 증가했다.

이에 롯데제과는 아예 본사가 오픈마켓에 판매자로 입점했다. 아이스크림을 10~20개씩 대량으로 구매할 경우 반값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타 유통회사에서 반값에 파는 것보다 차라리 우리가 반값에 팔면 마진이 나은 편”이라며 “온라인 매출 비중이 1%도 안되지만 고육지책으로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편의점 2+1, 대형마트 할인행사도 지속되고 있다. 아예 동네 슈퍼마켓 등에서는 권장소비자가격과 상관없이 300원 균일가에 판매하는 일도 여전하다.

게다가 디저트 등 대체제의 발달로 매출은 감소하고 있어 엎친데 덮친 격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빙과류 전체 시장 규모는 53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006억원보다 11% 줄었다. 업체별 출고 기준으로는 지난해와 동일하지만, 실제 소비자 판매량은 감소했다.

이처럼 권장소비자가격 표시제 도입에도 빙과류 눈물이 여전한 것은 해당 제도가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이기 때문이다. 도매상이나 유통업체가 절대 갑(甲)인 상태에서 시행하지 않는다고 해도 방법이 없다. 업계에서는 권소가가 표시된 제품 납품률을 약 50%로 추산한다. 빙과 제품의 90%까지 권소가를 표시하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빙과류는 대체제가 많아 가격할인을 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외면한다"며 "수익성이 나진 않지만 권소가 표시를 강제화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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