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고등학교 학부모연합회 학부모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자사고 폐지 반대 집회를 마친 후 서울시교육청으로 행진하고 있다. 2017.6.26/사진=뉴스1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경기교육청과 교원·시민단체 등은 고교 서열화와 중학교 사교육비 부담을 이유로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자사고와 외고에 들어가기 위해 학생들이 선행 사교육을 받고 있고 이것이 공교육 정상화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사교육 메카’로 불리는 서울 대치동 학원가는 다른 각도의 분석을 내놨다. 자사고, 외고 입시가 사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일반고보다 큰 것은 사실이지만, 영재고 등 이과계열 특목고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평가다. 서울지역 자사고는 학생들을 추첨과 인성면접으로만 선발하고 외고 역시 중학교 영어 내신 성적으로 입시를 치르기 때문에 학원의 도움이 크게 필요치 않다는 설명이다. 반면 3차에 걸쳐 대입 수준의 지필고사와 면접 등을 치르는 영재고는 사교육 횟수나 비용 등이 자사고나 외고보다 훨씬 크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영재고 입시는 수년 간 10대 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진학사에 따르면 올해 전국 8개 영재학교의 경쟁률은 13.32대1(정원 외 포함)로 나타났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14.01대 1로 집계했다. 업체별 수치는 다르지만 800명이 채 안 되는 영재학교 정원 대비 1만명이 넘는 중학생이 지원하는 셈이다.
고입·대입 학원을 운영하는 또 다른 B업체 관계자는 “요새는 재원생이 국제고, 외고, 자사고 붙었다고 플래카드 내거는 학원도 없다. 내신 위주로 입시를 운영하기 때문에 학부모들도 자녀 이름이 합격 플래카드에 있으면 ‘학원도움 받은 것 없다’며 내려달라고 항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고의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이 없어지면서 다시 고등부로 학생들이 몰릴 가능성도 크다”며 “수월성 교육에 대한 희소성이 커지면서 영재고나 과학고 경쟁률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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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중2를 중심으로 영재고에 대한 쏠림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 분당에서 고입 컨설팅을 맡고 있는 C강사는 “상산고나 민사고 등 전국 단위 자사고 이과계열 진학을 준비하던 중2 학생 중에선 갑자기 영재고와 자사고를 투트랙으로 준비하겠다며 노선을 바꾼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재고 지필고사 수준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각종 올림피아드, 경시대회에 나가서 스펙을 쌓고 경험을 기른다”며 “이에 따른 과도한 사교육 부작용은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게 분명한 데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없어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취업난으로 이과로 학생들이 몰리는 추세를 고려하면 이과계열 사교육 열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대입 컨설턴트에서 최근 이과를 준비하는 중학생 토론수업까지 영역을 넓힌 D강사는 “올 상반기에 교육청 주최 과학토론대회를 준비하는 일반중학생의 수요가 많아 문·이과 융합토론 수업을 했다”며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자연·공학계열 취업률이 높아지면 사교육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