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들이 공유하는 정책 목표는 물가안정이다. 대개 물가상승률 2%를 목표로 삼는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못 미치면 통화완화정책으로 돈을 풀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반대로 물가상승률이 과도하게 높으면 금리인상 등 통화긴축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게 보통이다.
문제는 중앙은행들의 노력으로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지만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목표치를 훌쩍 밑돌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고용시장에서 두드러진 경기회복세를 근거로 이미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저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 금리인상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은 그렇다고 금리인상을 마냥 늦추다 적기를 놓치면 세계 경제에 해가 된다고 경고했다.
미국 기준금리 추이(단위: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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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중앙은행이 제때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으면 경기침체가 재발했을 때 손을 쓰기 어려워질 수 있다. 금리를 어느 수준 이상으로 올려놔야 경기침체가 다시 발생했을 때 금리인하 카드로 경기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과 일본의 금리는 여전히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고 FRB가 금융위기 이후 지난달까지 4차례 인상을 단행한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1.00~1.25%로 1971년 이후 평균치(5.79%)를 한참 밑돈다.
BIS는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올리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저금리 유동성에 익숙해진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리인상 시기를 너무 늦추다 보면 경기침체의 재발을 우려해 불가피하게 금리인상 속도를 높여야 할 수도 있다.
클라우디오 보리오 BIS 통화·경제 부문 책임자는 중앙은행들이 어쩌면 장기간 목표치를 밑도는 저인플레이션을 용인하며 강력한 수요에 기대 통화긴축에 나서야 할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그도 그럴 게 전문가들은 장기 인플레이션의 가장 중요한 동인이 임금인데 더는 경기가 호황이라고 임금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보리오는 세계화와 기술의 진보가 임금을 억누르는 구조적 요인이 한동안 인플레이션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