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K케미칼 주식, 누가 샀나 알아보니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김훈남 기자 2017.06.2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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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 태영건설 부회장, 허기호 한일시멘트 회장 등 회사 통해 투자

태영건설 (2,310원 ▲10 +0.43%)한일시멘트 (12,820원 ▲10 +0.08%)가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SK케미칼 (44,550원 ▼700 -1.55%) 지분을 사들였다. 이들은 지난 22일 이뤄진 SK케미칼 자사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배경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두 회사의 오너가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과 돈독한 사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전날 종가인 7만3700원(할인율 0%)에 자사주(129만7483주) 블록딜을 진행했으며, 최종 경쟁률은 15.5대 1로 마감했다.

금액으로는 956억원 규모로 이중 60% 가량은 미래자산운용, 동양자산운용, 한국밸류자산운용, 태영건설, 한일시멘트 등 국내 투자자들이 받아 갔고 나머지는 외국인 투자들에 돌아갔다.



눈길을 끄는 것은 태영건설과 한일시멘트다. 태영건설 윤석민 부회장은 1964년생으로 최 부회장과 서울대 83학번 동기다. 오너끼리 돈독하다 보니 태영건설과 SK케미칼, SK건설 등이 함께 투자하는 사업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티에스케이워터라는 환경업체인데 이 회사는 태영건설이 50%를 보유하고 있고 SK케미칼과 SK건설이 각각 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창원 부회장이 2014년 11월 SK가스 지분을 팔고 SK케미칼 지분을 확대했을 때, 태영건설은 보유하고 있던 SK케미칼 주식을 최 부회장에게 블록딜로 넘기기도 했다.


태영건설 윤석민 부회장태영건설 윤석민 부회장
최 부회장은 두 살 아래인 한일시멘트 오너인 허기호 회장(1966년생)과도 돈독한 관계다. 둘은 2008년 제2기 서울대 최고지도자 인문학 과정을 수강했고 허 사장은 2008년 SK케미칼 사외이사로 선임된 적이 있다. 허 사장은 당시 개인적으로 SK케미칼 주식을 매매한 사례가 있다.

이번 SK케미칼 자사주 블록딜에 태영건설과 한일시멘트가 참여한 것을 과거 사례와 오버랩해서 보는 시각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이번 블록딜은 가격결정과 관련해서도 주목을 받는다. 블록딜은 흥행성공을 위해 기준주가에서 5% 이상 할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가안정을 위해 매수자들이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락업(매각제한)이 걸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지난 22일에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회장과 홍라영 전 삼성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이 보유한 BGF리테일 지분 블록딜이 있었는데, 블록딜 가격은 이날 종가보다 9.1% 할인된 10만원에 이뤄졌다.
허기호 한일시멘트 대표이사 회장 /사진제공=한일시멘트허기호 한일시멘트 대표이사 회장 /사진제공=한일시멘트
BGF리테일 (3,715원 ▼25 -0.67%)과 같은 날 블록딜에 나선 SK케미칼은 당일 종가로 계약이 이뤄졌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에서는 무척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증시에서 SK케미칼은 전날보다 3400원(4.6%) 상승한 7만7100원에 마감했다. 블록딜에 따른 오버행 이슈가 없고, SK케미칼이 추진하고 있는 지주회사 전환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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