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협동조합, 성공비결은 '만장일치'에 있다"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2017.07.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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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희 STP발레협동조합 이사장…"한 단체만 내세우는 순간 불협화음…단원들 성장하고 관객 늘어나"

김인희 STP발레협동조합 초대 이사장은 "한<br>
 개인이나 단체를 위한 마음이 커지는 순간<br>
 협동조합은 불협화음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공연기획MCT김인희 STP발레협동조합 초대 이사장은 "한
개인이나 단체를 위한 마음이 커지는 순간
협동조합은 불협화음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공연기획MCT


김인희 STP발레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현대무용협동조합'(COOP_CODA)이 만들어졌단 소식에 '반가움'을 먼저 표했다. 김 이사장은 유니버설발레단 창단 멤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서울발레시어터 단장을 거쳐 STP발레협동조합의 초대 이사장을 맡으며 '예술 행정인'으로 변신한 인물이다. 그는 "현대무용은 발레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구속되지 않은 분들이 모인 분야라 잘 운영될 수 있을까 염려도 있다"면서도 "기대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STP발레협동조합은 문화예술계에서 처음 만들어진 협동조합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을 포함, 서울발레시어터, 이원국발레단, 서발레단, 와이즈발레단, 김옥련발레단까지 6개 단체가 함께한다. 설 곳이 좁은 발레 전공자들을 위해 더 많은 공연을 올리고 발레 시장을 활성화한단 목표로 6개 민간발레단 단장이 의기투합했다.



2011년 '민간발레단연합회'를 만들어 활동했던 이들이 협동조합의 길을 택한 건 보다 짜임새 있는 운영이 가능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고를 지원받거나 각종 정책과 관련해 목소리를 낼 때도 협동조합 형태가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 2012년 12월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된 걸 보고 이원국 단장이 관련 기사를 가져왔고 고심 끝에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결정했다.

지난 1월 STP발레협동조합 소속 단장이 모여 회의를 여는 모습. STP는 매 달 1번씩 정기 회의를 개최한다. /사진제공=공연기획MCT지난 1월 STP발레협동조합 소속 단장이 모여 회의를 여는 모습. STP는 매 달 1번씩 정기 회의를 개최한다. /사진제공=공연기획MCT
STP는 모든 안건을 만장일치로 정한다. 한 달에 한 번 정기회의를 열고 모든 단체장이 참석한다. 수익 배분도 현재까진 'n분의 1'을 큰 원칙으로 삼아 지키고 있다. 김 이사장은 "한 분이라도 (안건을) 이해 못 하거나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 끝까지 설득을 하든가 아예 통과를 안 시킨다"며 "이제까지 한 번도 억지로 밀어붙인 적이 없다"고 했다.



꾸준히 뭉치면서 성과도 나타났다. STP 소속 발레단이 함께 참여하는 '아름다운 나눔' 공연은 연 1회에서 3회로 늘어났다. 공연장도 소극장 무대에서 대극장으로 옮겼다. 김 이사장은 "일단 무용수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점이 긍정적"이라며 "각 단체들이 교류하는 기회가 생기면서 단원들의 기량도 늘었다"고 했다.

더 큰 성과는 발레를 잘 몰랐던 일반 관객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인 점이다. STP는 2015년부터 '수원발레축제'를 개최했다. '축제'란 이름에 걸맞게 발레를 관람한 적 없는 시민들도 직접 발레를 경험하고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지난해에만 1만 3300여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STP발레협동조합은 2015년 처음 '수원발레축제'를 열고 발레의 대중화에 나섰다. /사진제공=공연기획MCTSTP발레협동조합은 2015년 처음 '수원발레축제'를 열고 발레의 대중화에 나섰다. /사진제공=공연기획MCT

STP는 공연예술계 '성공적인' 협동조합 모델로 꼽히지만 그럼에도 난관은 여전하다. 김 이사장은 "(STP 활동으로) 무대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민간발레단 운영 자체가 어렵다 보니 고통을 겪는 단체가 있어 안타깝다"며 "자생력을 키우려고 노력하지만 일정 부분 국가의 지원 없이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무용 등 순수예술이 자리 잡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협동조합이 만능 해결책은 아니라는 거다. 김 이사장은 그래서 더욱 협동조합이 어떤 가치관과 어떤 목표를 갖고 시작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개인이나 한 단체만을 위한 마음이 크면 불협화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STP회의를 하면서 누구도 개인발레단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어요. 일단 회의에 오면 협동조합 공통의 이슈만 가지고 회의를 하는 거죠. 협동조합의 긍정적인 면이 훨씬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 조합이 유지되려면 이런 부분이 필수적일 것 같아요. 한 개인이나 단체를 위한 마음이 커지는 순간 불협화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거죠."

STP는 7월 28일 '발레, 아름다운 나눔-발레갈라 더 마스터피스' 공연을 이어간다.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진 수원제1야외음악당에서 '수원발레축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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