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관련업계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메모리 인수자금은 2조엔(약 20조5000억원)으로 크게 1조1500억엔 규모의 보통주와 8500억엔 규모의 우선주로 나눠 출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인수후보별 최종 출자규모와 지분구조는 아직 유동적인 상황이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는 75%를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탈이, 나머지는 정책투자은행이 인수할 것으로 전했다.
SK하이닉스의 결단이 일본 내 반한(反韓) 기류와 기술유출 우려를 상쇄하기 위한 승부수로 평가받으면서도 SK하이닉스의 실익이 불분명한 원인으로 지적받는 이유다.
일각에선 3년 뒤 도시바메모리의 IPO(기업공개)가 추진되면 산업혁신기구 등 재무적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을 SK하이닉스가 추가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도시바가 재무 리스크에 부딪힌 최악의 상황에서도 한국기업에 대한 경계심을 감추지 않은 일본 여론이 3년 뒤 극적으로 변하겠냐는 얘기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일단 인수전에서 물먹지 않았다는 데 환호하는 분위기지만 인수 작업이 마무리된 뒤나 3년 뒤 IPO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얼마나 되는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매각 자체가 백지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시바와 욧카이치 메모리공장을 동업중인 미국의 웨스턴디지털이 매각 중단 법적절차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이런 상황에서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이뤄진 것을 두고 "개문발차식 선정"이라고 꼬집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시바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법적 구속력이 없는 '약속' 형태로 해 계약이 틀어질 경우 위약금을 피하려 한 것도 이런 문제를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난항 끝에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더라도 SK하이닉스 앞엔 반독점규제 심사라는 관문이 남는다. SK하이닉스가 이를 의식해 직접 지분 인수가 아닌 대출 형태로 참여하기로 했지만 이번 인수전에서 경쟁관계였던 중국이 '뒤끝'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만 훙하이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결정된 2조엔보다 50%나 많은 인수가격(3조엔)을 제시했지만 일본 정부는 정치외교적 판단에 따라 중국에 주요공장을 가진 훙하이를 제외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 입장에선 향후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지분을 늘릴 경우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이 11%대에서 28%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까다롭게 심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