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우정사업본부 'ETF 차익거래' 제동 걸린다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7.06.22 17:02
글자크기

외국인 거래세 면제 빌미 제공, 기재부·금융위서 사태파악 주문… "일반적 차익거래만 허용 바람직"

[단독]우정사업본부 'ETF 차익거래' 제동 걸린다


ETF(상장지수펀드)를 활용한 우정사업본부(우본)의 주식 현·선물 차익거래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본의 변칙적인 현·선물 차익거래로 외국인 투자자가 증권거래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본지 6월19일자 보도 [단독]외국인, ETF를 稅테크로 활용…한달새 수십억 거래세 면제 참고)

22일 정부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최근 우본을 대상으로 ETF를 활용한 현·선물 차익거래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이를 활용해 증권거래세를 내지 않은 현상에 대해 면밀한 실태 파악과 보안책 마련을 지시했다.



우본 관계자는 "ETF를 통한 차익거래가 그 자체로 위법이나 규정 위반은 아니지만 예상치 않게 외국인 투자자에 증권거래세를 회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건 사실"이라며 "파생시장 관계자와 학계 의견을 취합해 조만간 개선 방안을 마련해 정부에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ETF '가격 왜곡' 현상이다. 우본은 지난 4월28일부터 증권거래세(매도금액의 0.3%)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다. 우본은 비과세 혜택 후 현·선물 차익거래에 나섰고, 매수차익거래(코스피200 현물 매수+코스피200 선물 매도)를 시도할 때 코스피200 종목으로 꾸린 바스켓(현물) 대신 동일한 주식으로 구성된 코스피200 ETF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코스피200 ETF를 사면 코스피200 종목을 한꺼번에 매수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더 싸기 때문이다. ETF는 증권거래세가 면제돼 코스피200지수보다 세금 감면폭 만큼인 0.3% 가량 저평가 돼 있다.

따라서 우본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더 싼 코스피200 ETF를 매수한 뒤 이를 다시 코스피200 종목으로 바꿔 차익거래를 시도하면 0.3% 이상 초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다른 기관투자자는 이 과정에서 주식 바스켓을 최종 매도할 때 거래세를 내야 하므로 정상적인 상황에선 이런 거래를 시도할 수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거래세를 안내는 우본이 저평가된 ETF를 매수한 뒤 주식 바스켓으로 바꿔 차익거래를 하면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다만 우본이 이런 거래를 지속하자 ETF가 저평가 상태를 벗어나 코스피200지수와 동일한 가격까지 오르는 기현상을 초래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200 ETF의 저평가가 해소된 기회를 틈타 현물 바스켓을 그대로 코스피200 ETF로 바꿔 매도하는 차익거래를 시도, 거래세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원래대로 ETF 가격이 저평가돼 있다면 외국인이 주식 바스켓을 손해를 보며 ETF로 바꿀 이유가 없어져 이 같은 거래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도 문제점을 공감하고 당국에 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우본이 차익거래시장을 주도하는 외국인의 대항마 역할을 맡고 거래 활성화에도 기여하기 위해 거래세 비과세 혜택을 받은 당초 취지를 살리려면 ETF를 활용하지 않은 일반적인 차익거래만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가 이 같은 거래로 증권거래세를 면제받은 규모는 지난 4월28일부터 이달 15일까지 62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ETF란 특정 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인덱스펀드를 주식시장에 상장한 걸 말한다.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데다 주식과 달리 매도금액의 0.3%를 내야 하는 증권거래세가 면제됐다.

☞현선물 차익거래는 현물(코스피200 종목)과 선물(코스피200지수 선물)의 미세한 가격 차이를 활용해 차익을 거두는 전략이다. 예컨대 코스피200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다면 저평가 된 현물(코스피200 종목)을 매수하고 고평가된 선물(코스피200지수 선물)을 매도하는 '매수차익거래'를 실시한 뒤 가격차이가 좁혀지면 반대로 '매도차익거래'(코스피200 종목 매도+코스피200지수 선물 매수)를 통해 포지션을 청산하고 차익을 거두는 구조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