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前 대통령의 '압박'?…"SK, 혜택 받은 기업 명심"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7.06.2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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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검찰, 박근혜 대통령 말씀자료 공개 "SK그룹 투자 기대에 못미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박근혜 전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단독 면담을 위해 당시 작성된 '대통령 말씀 자료'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청와대가 작성한 이 자료에는 "SK그룹이 정부의 규제완화 혜택을 많이 받은 기업 중 하나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적혀있었다.

검찰은 이를 SK그룹에 대한 압박성 발언으로 해석했다. 당시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 요구를 받던 SK그룹을 몰아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반면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말씀자료' 자체가 실무자들이 만든 참고자료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 회장의 단독 면담을 위해 청와대가 작성한 'SK 관련 말씀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SK그룹의 투자 계획이 기대에 많이 못 미치는 수준임. 국가경제 회복에 기여하고 그룹 장래를 위해서도 어려운 시기에 보다 과감한 투자 확대가 필요할 것임"이라고 기재돼 있다.



또 "SK그룹은 그동안 정부의 규제완화 혜택을 많이 받은 기업 중 하나임을 명심해야 할 것임"이라고도 적혀 있다. 정부의 규제완화 혜택에 대해서는 'SK하이닉스의 이천 반도체 공장 증설, SK종합화학의 외국회사와 합작사 설립' 등 사례를 각주로 달아놨다.

검찰은 증인으로 나온 박영춘 SK그룹 부사장(CR팀장)에게 "통상적으로 말씀자료에는 덕담을 많이 쓰는데 이 말씀자료에는 '경고성 워딩'이 써있다"며 "이 부분을 보고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느냐"고 물었다. 박 부사장은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말씀자료는 참고자료 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최 회장을 위해 SK 측이 만든 '말씀자료'를 언급하며 "최 회장 말씀자료가 최 회장이 넣으라고 해서 넣은 것이냐 아니면 실무자가 검토해서 넣으면 좋겠다고 판단해 넣은 것이냐"고 박 부사장에게 물었다.


박 부사장이 "회의에서 그런 내용은 포함되는 게 좋겠다고 해서 만들어진 자료"라고 답하자 유 변호사는 "청와대 말씀자료도 실무자들이 이런 현안, 건의사항이 있다고 만든 자료"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 박 부사장은 K스포츠재단이 청와대의 적극 추진 사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이 전달해 준 관련 자료들을 받고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일 것이라고 짐작했다고 진술했다.

박 부사장은 "K스포츠재단 측이 거액의 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도 가져온 자료는 너무 부실하고, 자금 지원을 받고자 하는 주체도 불분명하다는 취지의 부정적인 보고를 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추진 주체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고 요청한 자료에 답변도 없어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 같았다"고 답했다.

박 부사장은 또 "안 전 수석이 관련 서류를 전달해줬고 청와대와 관련된 일인데 K스포츠재단이 요구한 금액보다 적게 지원을 하겠다고 제안하면서 그룹이 불이익을 입을까 걱정하지 않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면서 "그래서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객관적 근거로 금액을 제시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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