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속고발제 폐지 수순...부작용 최소화가 관건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정진우 기자 2017.06.2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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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고발제 탓 불공정행위 형사처벌 불충분 지적…사인의 금지청구, 징벌적 손배 등 대안 논의할 듯

공정위 세종청사 전경공정위 세종청사 전경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이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누구나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인한 피해를 당했을 경우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전속고발권이 폐지로 기업들이 '묻지마 고발'에 따른 줄소송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국정기획위원회와 공정위는 10일 간담회를 갖고 전속고발권 폐지를 비롯해 법 집행 체계 전반의 개선방안을 찾기 위한 '공정거래법 집행체계 개선 TF'를 구성키로 했다. 전속 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는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재판에 넘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야당일 때 재벌개혁과 양극화·불평등 해소 등을 이유로 전속고발권 폐지를 추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피해를 입으면 누구든지 기업을 고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현행 전속고발제도 아래서는 검찰이 위반 사실을 파악했더라도 공정위에 고발해줄 것을 먼저 요청해야 한다. 공정위가 위반 행위를 파악했을 경우 검찰에 의무적으로 고발토록 규정했지만 '위반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라는 단서가 붙는다.

때문에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아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형사적 제재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달 내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공정거래 관련 민원 제기단계에서 공정위가 무혐의 처분하면 우리나라 법체계상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이것을 가장 많이 경험한 사람이 다름 아닌 제 자신"이라며 "지금 형태의 전속고발권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1981년부터 2010년까지 공정위 처리사건 5만6527건 중 검찰고발 건수는 491건(0.9%)에 불과했다. 검찰총장도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된 1996~2010년까지도 전체 처리건수 5만1048건 중 397건(0.8%)만 검찰에 고발됐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최근 5년간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한 190건의 사건중 20%인 38건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이중 기소유예나 혐의없음도 상당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일반 시민단체나 소액주주, 심지어 경쟁사업자까지 '묻지마 고발권'을 행사하면서 기업들이 줄소송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내·외부 전문가와 관계부처, 재계, 소비자 단체, 이해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TF를 만들어 전속고발권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TF에서는 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불공정행위 금지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 청구'나 카르텔 등 시장이 미치는 영향이 큰 불공정거래 사건에 한해 전속고발권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 등도 함께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실질적인 피해구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춰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집단소송제 도입 등도 논의될 전망이다.

박광온 국정위 대변인은 "전속고발권제도는 법집행 권한을 공정위가 독점함으로 피해자 구제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라며 "전속고발제 전면 폐지는 많은 부작용이 있어서 공정위가 TF를 구성해 보완장치 마련키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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