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특보 발언이 갈수록 참신해 보이는 이유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17.06.2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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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전략적' 발언으로 재평가되는 상황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사드때문에 깨어지면 그게 한미동맹인가?", "북한이 핵을 동결하면 전략자산을 축소할 수 있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지난 16일 워싱턴 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세미나 이후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 발언 때문에 국내 정치권과 외교가에선 지난 2주간 한바탕 난리가 났다.

때마침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지연으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화를 냈다는 잘못된 뉴스(fake news)까지 국내 언론에 소개되면서 정부의 대미 외교와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일제히 쏟아졌다.



특히 야권과 일부 언론들은 문 특보의 발언으로 한미정상회담은 물론 한미동맹이 총체적 위기에 빠지게 됐다고 비난했고, 야당은 문 특보에 대해 '아마추어 외교의 극치'라고 강력히 비난하면서 문 특보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도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현지에서 중대한 발언을 한 것은 시기나 장소면에서 부적절하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초기에 쏟아졌던 비난과는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문 특보의 워싱턴 발언이 상당히 '외교적'이고 '전략적'인 발언이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문 특보의 발언이 북핵문제에 대한 적극적 자세를 모색하는 이야기였으며,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말한 내용이라며 오히려 문 특보의 발언에 논란을 제기하는 야당과 언론이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외교안보 전문가인 인제대 김연철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 모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결을 우선 목표로 삼아야 하고, 동결을 위해 북한에 줄 수 있는 상응 조치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문 특보가 매우 상식적인 얘기를 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문 특보를 비판했던 박지원 대표조차도 최근에 와서 "문 특보의 발언은 계산된 한미정상회담의 예고편 같다"며 문 특보의 발언의 숨은 의도를 재평가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세종연구소의 홍현익 박사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북제재와 선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지난 정권의 대북정책과 미국의 '전략적 인내' 그리고 유엔 안보리 제재가 모두 실패한 상황에서 문 특보의 제안은 가장 현실적인 해결방안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뉴욕타임스(NYT)는 21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외교안보대화에서 중국 대표단이 미국이 한반도 내 군사력을 감축하는 대가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동결하는 내용의 협상을 미국 측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 제안은 앞서 문 특보가 워싱턴에서 한반도에 전진배치된 미국의 전략자산을 평시대로 환원하는 대가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을 동결하자는 제안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또한 문 특보의 발언이 나온 이후 북핵 문제를 포함한 외교안보 이슈에 대해서 그동안 무력하기만 했던 한국 정부의 역할이 새롭게 생겨나고, 나아가 한미정상회담의 이슈를 주도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문 특보의 발언의 전략적 의의가 재조명되고 있다.

실제로 문 특보의 발언이 나온 이후 미국 정부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고, CBS, 워싱턴포스트, 로이터통신 등 각종 유력 외신들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인터뷰를 앞다투어 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일련의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대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함을 강조했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외교라는 것은 주권국가들이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나누고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밀당도 하면서 각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협력 방안을 찾아내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북핵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해법을 제시하면서 우리 정부가 한미정상회담의 이슈를 주도하도록 이끈 문 특보의 발언이 갈수록 참신하게 느껴지게 된다.

반면 문 특보의 외교적이고 전략적인 발언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맹목적인 한미동맹만을 내세운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아마추어 외교'의 전형을 보여줬다.

21일 새벽 워싱턴에서 귀국한 문 특보는 인천공항에서 외교의 '외'자도 모르는 아마추어들을 향해 "왜 이 난리냐"며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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