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탁환 "잠수사 김관홍의 기록, 날 것 그대로 실었다"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17.06.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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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故 김관홍 잠수사 1주기 맞아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 출간

지난 6월 17일 에세이집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를 출간한 김탁환 작가/사진=박계현기자 unmblue@지난 6월 17일 에세이집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를 출간한 김탁환 작가/사진=박계현기자 unmblue@


"녹취록을 정리하다 보니 그 때 자신의 트라우마를 말하는 김관홍 잠수사의 이야기를 받아적지 말고 '병원에 데려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몇몇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지난 17일 '2017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에서 만난 김탁환 작가는 신간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를 준비하면서 느꼈던 심정을 담담히 술회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세월호 희생자들의 주검을 수습했던 민간 잠수사 고 김관홍 씨의 이야기를 토대로 장편 '거짓말이다'를 출간한 데 이어 그의 사망 1주기를 맞아 '거짓말이다'를 쓰는 과정에서 이뤄진 인터뷰, 자료 조사, 현지 답사 등을 담아 이번 에세이집을 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첫번째 장편 소설 '거짓말이다'는 21년간의 작가생활 동안 '불멸의 이순신', '허균, 최후의 19일', '나, 황진이', '방각본 살인 사건' 등 주로 역사 장편소설을 썼던 김 작가가 사회파 소설가로 거듭나는 첫 작품이었다. 김탁환 작가는 지난해 3월 2일 팟캐스트 라디오 '416의 목소리'를 진행하며 김관홍 잠수사를 처음 만났다.



"김관홍 잠수사가 제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나와서 4시간 넘게 본인이 세월호 안으로 어떻게 들어갔는지를 말해줬습니다. 침몰해 있는 배 안으로 어떻게 들어가는지, 희생자를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수습해서 나왔는지. 모두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김 작가는 김관홍 잠수사에게 그 이야기를 책으로 쓰다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김관홍 잠수사는 넉 달 뒤인 2016년 7월에 책을 내달라는 조건으로 이를 수락했다. 당시 7월은 해양수산부에서 세월호 인양 완료시점으로 잡았던 날짜였다.

"그 때 배가 올라오는 때에 맞춰서 소설을 내달라는 김관홍 잠수사에게 2016년 3월 9일 현재 하나도 쓰지 않은 장편 소설을 넉 달만에 쓸 순 없다고, 장편을 쓰는데는 아무리 빨리 써도 최소 2년이 걸린다고 차마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김탁환 작가는 돌아가서 하루에 14시간씩 소설 집필에 매달렸다. 사회파 소설 출간 경험이 있는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를 찾아가 상담하자 5월까지 초고를 끝내면 6월 한 달간 퇴고하고 7월 한 달간 편집해서 출간이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시일 내에 초고를 완성하기 위해 하루에 14시간씩 드라마 쪽대본을 쓰듯이 석 달 넘게 작업을 했습니다. 아침에는 자료를 읽고 점심에 인터뷰를 하고 저녁에는 답사를 하고 밤에 집필하는 일정이 맞물려서 돌아갔습니다. 저도 정리를 안해두면 계속 놓치는 것이 있어서 매일 읽고 쓴 것을 정리해뒀는데 책이 나오고 김관홍 씨가 떠나고 보니 그 자료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더군요."

김 작가는 소설로 다뤘던 이야기를 '논픽션'으로 다시 다룬 이유에 대해 "김관홍 씨가 원했던 것들을 독자들에게 그대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짓말이다'는 소설이니까 감정을 최대한 누르고 절제해서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구성 역시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기 위해서 탄원서 형식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책의 김관홍 잠수사 인터뷰에는 고통이나 분노가 훨씬 더 생생하고 날카롭게 담겼습니다."

김관홍 잠수사는 책이 출간되기 한 달여 앞서 세상을 떠났다. 김탁환 작가는 '독종'이라는 말로 자신을 탓했다.

"장편 작가 치고 독종 아닌 사람들이 없습니다. 등장인물을 '절벽'까지 밀어붙여야 그 인물의 약점이나 상처들이 터져 나오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렇게 했던 적이 몇 번 있고 질문을 해서 김 씨를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이후 사과를 하기는 했는데 그랬어야 했을까…"

이 날 오전 김탁환 작가는 김관홍 잠수사 1주기를 맞아 편집인인 김홍민 대표와 함께 고인을 모셨던 경기 고양시 벽제승화원에 다녀왔다고 했다.

"김관홍에게 줄거리는 계속 얘기해 줬지만 생전에 그는 '거짓말이다'를 읽지 못했습니다. 지난 3월 배가 올라오고 나서 김관홍 잠수사를 제일 먼저 생각했습니다. 그는 배가 올라오면 자신이 어디로 어떻게 들어갔는지 다 설명해주겠다고 했었습니다. 배는 올라왔고 김관홍은 없지만 혼자 목포에 가서 하루 자고 올라왔습니다. 그 여행의 기록은 책에 김 씨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남겼습니다."

퇴고가 거의 끝날 때까지 '거짓말이다'의 원래 책 제목은 '포옹'이었다. 잠수사들이 최저 20~40미터의 맹골수도 심해에서 실종자를 데리고 나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포옹'이었기 때문에 작가는 다른 제목을 생각할 수 없었다고 한다. 잠수사들은 실종자를 데리고 나오기 위해 산 사람끼리 껴안을 때보다 다섯 배 이상 힘을 주고 안은 채 헤엄쳐서 좁은 선내를 빠져 나와야 했다. 행여 그들을 선체 밖에서 놓치면 영영 못 찾을 수도 있었다.

책 제목을 '거짓말이다'라고 바꾸자고 제안한 사람은 편집인인 김홍민 대표였다. 지난해 8월은, 세월호는 여전히 물속에 있고 최순실 사건 역시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때다.

"김 대표가 "'청와대·해수부·해경의 말이 모두 '거짓말이다'라고 적자고 했고 그래서 제목이 됐습니다. 제대로 된 국가라면 국가가 감당했어야 할 일을 그렇게 못했기 때문에 특정한 사람들이 그 짐을 져야 했습니다. 독자들이 국가가 감당해야 했던 짐을 대신 졌던 사람의 말과 행동을 기억하고 기록해 줬으면 합니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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