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업계 잇단 가격 인하… 이젠 각자도생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17.06.1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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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대표업체 가격 인상후 줄줄이 인상했던 패턴 달라져…각자 셈법따라 다른 대응

서울 종로구의 BBQ 매장 앞. BBQ치킨은 치킨 가격 인상 계획을 밝혔다가 철회한 지 한 달만에 다시 치킨값을 올리기로 했다. 사진=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 종로구의 BBQ 매장 앞. BBQ치킨은 치킨 가격 인상 계획을 밝혔다가 철회한 지 한 달만에 다시 치킨값을 올리기로 했다. 사진=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치킨 값 2만원 시대에 대한 저항이 거세다. 치킨업계 대표 주자인 BBQ가 가맹점주의 어려움을 이유로 치킨 가격을 인상한 후 도미노처럼 확산될 줄 알았던 가격 인상 흐름이 주춤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과 공정거래위원회의 매서운 사정 칼날이 치킨업계를 향했다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대표 업체가 일단 가격을 인상하면 업계 전반이 줄줄이 인상 대열에 동참했던 과거 패턴이 달라졌다.

16일 bhc는 AI(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으로 어려움을 겪는 양계농가와 소비감소로 인해 피해를 겪는 가맹점을 고려해 한 달간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하 품목은 대표 제품인 '뿌링클'과 '후라이드', '간장골드'로, 인하 폭은 1000~1500원이다.



치킨업계 잇단 가격 인하… 이젠 각자도생
bhc 측은 가격 인하에 따른 마진 감소분을 전부 본사가 부담한다는 방침이다. 또 AI 피해가 장기간 확산할 경우 할인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치킨업계 빅3 업체가 가격 인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hc는 지난해 BBQ를 제치고 교촌치킨에 이어 매출 기준 업계 2위를 기록했다.



bhc가 깜짝 가격 인하를 발표한 직후, 업계 1위인 교촌치킨도 서둘러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당초 교촌치킨은 인건비, 임대료 등 가맹점 운영비용 상승을 이유로 이달 말 모든 치킨 제품 가격을 평균 6~7% 인상할 방침이었다.

치킨업계 잇단 가격 인하… 이젠 각자도생
대신 가맹점주의 어려움을 고려, 광고비용을 절감하는 자구 노력을 실행하기로 했다. 일단 올해 하반기 계획된 광고비용의 30%를 줄이고, 내년에는 점진적으로 기존 광고비를 최대 50%까지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비용을 줄이는 대신, 마케팅 효율성을 극대화해 가맹점 매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가맹점 부대비용들을 분석해 본사가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가맹점 상생정책 '아띠제도'를 적극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아띠제도'는 가맹점주가 필요한 프로그램을 구성해 원하는 시간대에, 찾아가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교촌은 이를 전담할 '아띠팀'을 별도로 신설한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또봉이통닭이, 전날에는 호식이두마리치킨이 각각 가격 인하 방침을 밝혔다.


이는 과거 대표 업체가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면 후발주자들이 줄줄이 따라갔던 가격 인상 패턴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업계 관계자들은 치킨업계 대부격인 BBQ가 가격을 인상한 이후 타 업체들도 도미노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러나 BBQ가 가격을 두 차례에 나눠 최대 2000원 인상하고, 이 과정에서 한 마리당 500원씩의 광고비를 가맹점주들이 부담하도록 한 것이 알려지면서 후폭풍이 거셌다.

BBQ 측은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이 지속 증가하고 배달앱 수수료 등 새로운 비용도 추가돼 가맹점주 부담이 커졌다고 해명했지만, 사실상 가격 인상 원인이 업계 내 마케팅 경쟁과 본사 배불리기에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공정위가 BBQ 지역본부를 상대로 현장 조사를 벌인 것도 부담요소다.

이에 소비자 신뢰회복과, BBQ 사태로 인한 반사이익을 보려는 업체들 간 셈법이 갈리면서 대응방식이 달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치킨업체 중 가장 먼저 가격 인하 계획을 밝힌 또봉이통닭은 소비자들에게 '착한 치킨'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2013년 BBQ에서 분리돼 독자경영을 시작한 bhc 역시 이번 가격 인하를 계기로 제대로 이미지 차별화를 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치킨 프랜차이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진 상태에서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 오히려 소비 부진으로 가맹점주의 어려움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며 "가격 인상보다 소비자 신뢰 회복이 먼저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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