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양적긴축' 청사진 제시…'긴축발작' 재발하나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7.06.1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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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FRB "연내 양적긴축 개시"…美 긴축 가속화 역풍 우려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TV 화면에선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끝내고 가진 기자회견이 생중계되고 있다./AFPBBNews=뉴스1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TV 화면에선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끝내고 가진 기자회견이 생중계되고 있다./AFPBBNews=뉴스1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 긴축'(QT·quantitative tightening) 청사진을 제시했다. 점진적이고 예상 가능한 수준으로 연내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인데 시장에선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FRB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미 단기금리가 뛰기 시작한 가운데 양적 긴축이 더해지면 장기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등 ‘긴축 발작’이 재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FRB "연내 양적 긴축"…9~10월 유력

FRB는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에서 "대차대조표 정상화 프로그램을 올해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FRB는 부록으로 함께 낸 '(통화)정책 정상화 원칙 및 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에서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 정상화가 잘 진행되면 양적 긴축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닛 옐런 FRB 의장도 이날 회견에서 양적 긴축 시기가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경제가 예상과 부합하게 진화하면 상대적으로 빨리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적 긴축이 점진적으로, 예상 가능한 수준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RB가 오는 9월이나 10월에 양적 긴축에 착수할 것이라는 게 투자 전략가들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9월을 유력한 시기로 꼽았다.


◇양적 완화에서 양적 긴축으로

양적 긴축은 FRB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와 주택담보부증권(MBS)을 매입해 불어난 대차대조표의 자산을 줄이는 것이다.

FRB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차례의 '양적 완화'(QE·quantitative easing)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국채와 MBS 등 자산을 대거 매입했다. 양적 완화는 시중에 돈을 푸는 동시에 모기지 금리를 비롯한 장기금리의 인하를 유도할 수 있는 부양책이다. 당시 기준금리를 제로(0)까지 낮춰 추가 금리 인하가 여의치 않아 쓴 고육책이다.

FRB가 채권을 매입하면서 금융위기 직전 1조 달러를 밑돌았던 대차대조표의 자산은 4조5000억 달러로 늘었다. FRB는 2013년 12월 양적 완화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에 착수해 이듬해 10월 양적 완화를 완전히 끝냈다. FRB는 다만 만기가 된 국채와 MBS를 재투자하는 식으로 다시 채권을 매입하며 자산 규모를 유지했다.

FTN파이낸셜에 따르면 FRB는 재투자를 통해 올 들어서만 월간 240억 달러 규모의 MBS와 약 175억 달러 어치의 미국 국채를 매입했다.

◇자산 매각 대신 재투자 축소

FRB의 양적 긴축 청사진은 보유 채권을 시장에 파는 게 아니라 만기가 돌아온 채권의 재투자 규모를 줄이는 식으로 자산을 축소한다는 게 골자다.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FRB는 이를 위해 순전히 만기 처리할 채권의 한도를 정했다. 보유한 채권 중 만기가 돌아와 손에 넣은 원금 가운데 이 한도만큼은 재투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재투자 규모가 주는 셈이다.

미국 국채의 한도는 월간 60억 달러로 시작해 향후 3개월마다 월간 60억 달러씩 늘려 1년 뒤에는 월간 300억 달러 규모가 된다. 같은 기간 MBS도 같은 식으로 월간 40억 달러에서 월간 200억 달러까지 한도가 커진다.

FRB는 자산 규모가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데 꼭 필요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판단이 설 때까지 한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FRB는 이상적인 대차대조표 규모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 간의 규모보다는 상당히 낮고 금융위기 전보다는 커야 할 것이라고 했다.

FRB는 기준금리를 통화정책의 우선 수단으로 쓴다는 방침인데 경기침체로 기준금리를 또다시 낮춰야 한다면 대차대조표 축소를 중단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양적 긴축에 '긴축 발작' 재발 우려

FRB가 그동안 시장 왜곡 논란에도 불구하고 재투자를 통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자산을 유지한 건 장기금리 상승이 자칫 취약한 성장세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양적 완화는 인플레이션과 장기금리 상승 기대감을 높이며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 투자를 부추겼다. 덕분에 뉴욕증시의 S&P500지수는 2008년 이후 250% 넘게 치솟았다. FRB의 채권 매입 공세에 채권시장도 호황을 누렸다.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시장에서는 양적 긴축이 양적 완화와 정반대의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FRB 의장이 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불거진 '긴축발작'(taper tantrum)이 재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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