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장소는 어른이 정하되 노는 건 아이에 맡겨라"

머니투데이 에든버러(영국)=진달래 기자 2017.06.20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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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②-3. 테레사 캐시 IPA(국제놀이협회)회장 인터뷰

편집자주 2~3살짜리를 위한 사교육이 등장했다. 유치원때 한글은 물론 영어 학습도 기본이다. 초등학생부터는 학원에 시달리는게 일상이다. 시간이 있어도 만만치 않다. 공공시설이나 프로그램이 부족해 놀이도 비용이다. 어느덧 우리 아이들에게 '놀이'는 사라졌다. 반면 선진국들은 점점 놀이에 주목한다. 잘 놀아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자란다는걸 깨달은 결과다. 특히 자율과 창의, 융합이 생명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놀이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우리 사회의 미래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놀이의 재조명이 절실하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만난 테레사 캐시  IPA(국제놀이협회) 회장은 아동 놀 권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진달래 기자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만난 테레사 캐시 IPA(국제놀이협회) 회장은 아동 놀 권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진달래 기자


"태어나면서 본능적으로 아이들은 놀기 시작해요. 각국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아동의 놀 권리를 보호하고 장려하도록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국제놀이협회(IPA)의 일입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만난 테레사 캐시 IPA회장은 놀이가 인간의 타고 난 권리라고 말했다. 테레사 캐시는 스코틀랜드에서 아동의 놀 권리를 꾸준히 알려 온 활동가다. IPA는 아동 놀 권리 진흥을 위한 NGO(비정부기구)로 전 세계 60개국에서 활동한다.



"공통적으로 추진하려는 주제는 크게 2가지에요. 우선 분쟁지역에서도 아이들의 놀 권리를 지켜주자는 활동입니다. 2년 전부터 시작했어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아이들이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데 건강한 놀이가 필요합니다."

분쟁 지역에 사는 아이들 혹은 안전 지대로 넘어 왔지만 난민촌에서 어렵게 사는 아이들은 장난감은커녕 안전하게 놀 공터도 찾기 힘든 처지다. 캐시 회장은 이들이 교육권처럼 놀 권리도 보장받도록 힘써야 한다고 믿는다. 아이들에게 이 또한 중요한 성장 과정이기 때문이다.



IPA가 유엔과 지난해 진행한 '같은 하늘 아래'(Under the Same Sky) 캠페인 영상 일부 캡처. 각국 아동들이 직접 전하는 환경과 놀이에 대한 이야기를 모았다./사진제공=IPAIPA가 유엔과 지난해 진행한 '같은 하늘 아래'(Under the Same Sky) 캠페인 영상 일부 캡처. 각국 아동들이 직접 전하는 환경과 놀이에 대한 이야기를 모았다./사진제공=IPA
또 다른 공통 주제는 환경이다. 기후변화나 유해환경으로 인해 놀이기회를 빼앗긴 아이들을 세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미세먼지의 공습으로 운동장에서 놀 수 없는 한국 어린이도 여기에 속한다.

캐시 회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아동'을 중심으로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놀이 시간, 장소, 기회는 어른이 제공하되 그 외 모든 것을 아동이 직접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IPA가 유엔(국제연합)과 지난해 진행한 '같은 하늘 아래'(Under the Same Sky) 캠페인도 아동의 목소리를 듣는 데 집중했다. '같은 하늘 아래'는 스코틀랜드, 브라질, 짐바브웨와 같은 여러 국가 아이들이 그림, 사진 등 각자 방식으로 자신의 동네를 보여주는 활동이었다. 아동의 시각에서 놀이와 환경 관계를 볼 수 있었던 활동으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일반 토론의 날에 공유됐다.


캐시 회장은 아동에게 놀이를 돌려주는 힘은 시민에게 있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도 유엔이 2013년 아동놀이정책에 정부 의무를 재차 언급한 후 변화에 가속도가 붙긴 했지만 그 기반에는 시민의 의지가 있었다.

"정치인, 정책 입안자가 아동의 놀 권리를 무시하지 않도록 시민들이 나서야 해요." 캐시 회장은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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