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부 장관 후보자 /사진=청와대 제공
◇파격-안정-캠프출신..다음은?= 이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지명됐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장관에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가인권위원장), 국방장관에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환경부장관에 김은경 전 청와대비서관, 고용노동부 장관에 문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노동전문가 조대엽 고려대 교수를 각각 지명했다.
첫 장관인사인 김동연(기획재정부) 강경화(외교) 김상조(공정거래위) 후보 지명은 '파격' 자체였다. 김동연 부총리는 상고 출신으로 기재부 장관까지 오른 이력이 입지전적 인물이다. '흙수저' 스토리 인사의 대표격이다. 전임 정부때 중용된 인사를 능력만 되면 쓸 수 있단 점에서도 놀라웠다. 비외무고시 강경화 후보자에게 외교부를, 비공무원이자 '재벌개혁'의 아이콘인 김상조 후보자에게 공정위원장이라는 '칼자루'를 맡긴 것 또한 파격이다.
◇경제라인엔 관료? 팀워크는 = 남은 장관들은 또 어떤 컬러로 채울까. 세 차례 패키지서 주목되는 건 '관료 실종' 기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장관급) 정도를 제외하면 관료 경험이 있더라도 '비관료'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차관에 정통 관료를 앉힌 것과 대비된다. 집권 초 ‘적폐청산’이나 ‘개혁’을 화두로 삼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관료는 ‘개혁’보다 ‘안정’으로 기우는 게 사실이다.
11일 현재 미래창조과학부 통일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신설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7곳이 남았다. 굵직한 부처로는 경제라인이 눈에 띈다. '장관급'으로 범위를 넓히면 금융위원장도 인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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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장관 패키지 인사에는 관료 출신이, 특히 경제라인에 포진할 가능성이 대두한다. 일례로 금융분야 만큼은 무딘 칼을 세게 휘두르기보다는 수술칼처럼 정밀한 집도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한편 새 정부 1기 내각은 발표된 그룹별 컬러는 비슷해도 그 칸막이를 텄을 땐 색깔이 어지럽게 뒤섞인다는 지적도 있다. 각각의 스토리와 정치적 소신은 뚜렷하다. 개혁적 전문성도 확실하다. 이들이 국무회의 등 한자리서 토론을 펼치면 그야말로 난상토론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어우러짐은 느껴지지 않는다. "반대 의견도 말하라"고 했던 문 대통령이 이들 가운데 팀워크를 이끌어내야 하는 숙제를 안은 셈이다.
◇"이러려고 미뤘나"= 이날 발표된 네 명의 장관 후보자는 일찌감치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들이다. 문 대통령은 위장전입 등 '5대 원칙' 논란 이후 검증잣대를 대폭 높였다. 24시간 검증, 검증에 또 검증 등이란 표현이 튀어나왔다. 그럼에도 사실상 '원안'에 가까운 인사 결과를 냈다.
김상곤 후보자의 경우 청와대서 신상검증 동의서를 받고 서류작업 중이란 얘기가 거론된 것부터 따지면 수 주 전부터 장관 후보자였다. 그런데 발표일시는 문 대통령 취임 한 달을 넘겼다. 송영무 안경환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청와대가 검증 논란을 피하려 거듭 이들의 신상을 점검했지만 사실상 내정 상태에서 탈락시키지는 않은 걸로 풀이된다. 김상곤 후보자의 경우 수능 절대평가화 등 정책 면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올 사안도 안고 있어 국민들 사이에 호불호가 엇갈린다. 그런데도 탈락보다는 재차 검증을 통한 발탁 강행에 무게를 둔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후보자 논문 표절 논란 등에 대해 "내부 기준으로 봤다"고 말했다. 단 이 기준이 국민 눈높이와 부합할지에 대해선 "저희 나름으로 높은 기준으로 봤다는 것"이라며 "청문회서 다뤄질 내용과는 별개"라고 말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인사검증에 시간이 걸린 것 같다"며 "작은 것이라도 (의혹이) 있으면 다 확인하려 들었고 그러다보면 다시 찾고 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