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39년 만에 퇴역…'탈원전' 방아쇠 당기나(종합)

머니투데이 세종=이동우 기자 2017.06.0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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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상업운전 개시, 영구정지 국내 첫 사례…폐로까지 15~20년 걸려

고리 1호기 39년 만에 퇴역…'탈원전' 방아쇠 당기나(종합)


국내 최초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58만7000kW급, 가압경수로)가 오는 18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39년 만에 퇴역한다. 원전이 영구적으로 문을 닫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리1호기 영구정지와 맞물려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기조가 가속화할지 주목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9일 서울 광화문 KT빌딩에서 제70회 원자력안전위원회를 개최해 ‘고리1호기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고리1호기는 이날 원안위에서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가 의결됨에 따라 오는 18일 24시 이후 영구정지될 예정이다. 1978년 4월29일 상업운전에 들어간 지 39년 만이다.



원안위는 영구정지 이후에도 운영되는 설비의 안전성을 검토한 결과 고리1호기가 영구정지 이후에도 안전하게 유지·관리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영구정지 결정 2년 만에 현실화…5년 뒤에는 ‘해체’ 과정에=국내 첫 원전인 고리1호기는 미국 정부의 차관과 기술을 지원받아 1971년 착공했다. 1978년 상업운전에 들어가 2007년 6월 30년인 설계수명이 종료됐지만 그해 12월 계속운전이 결정돼 2017년 6월까지 수명이 10년 연장됐다.

이 과정에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며 수명이 다한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다. 결국 정부는 2015년 6월 국가 에너지위원회에서 고리1호기의 가동중단을 결정하고 이를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에 권고했다.


오는 18일 고리1호기가 퇴역하면 한수원은 5년 이내에 ‘해체계획서’를 원안위에 제출해야 한다. 고리1호기의 폐로(해체)에는 최소 6000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사용후핵연료 관리, 물가상승률까지 포함하면 해체비용은 약 1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

원전 해체 절차는 가동중단 이후 원자로를 냉각하며 시작된다. 원자로 내부의 열(잔열)로 인한 노심 용융이나 이에 따른 방사성 물질의 유출 가능성으로 냉각은 필수다. 이 작업에 최소 4~5년이 걸린다.

원안위의 해체계획 허가 결정이 내려지면 방사성 물질 제거와 함께 순차적으로 철거작업을 진행하는 ‘제염·해체’ 작업이 이뤄진다. 원자로의 핵심인 핵연료봉을 빼내는 작업부터 시작해 격납용기나 건물 등 시설물 표면의 방사성 물질을 닦아낸다.

오염이 적은 설비부터 해체를 시작해 원자로의 격납 용기와 압력 용기의 철강재를 절단, 지하 깊숙이 묻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방사성 물질이 묻은 천과 해체된 콘크리트 조각,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액체 폐기물 등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분류돼 처분장으로 옮겨진다.

최종 폐로까지는 15~20년 이상 기간이 걸리는 것으로 예상된다. 1998년 운전이 종료된 일본의 도카이 원전은 현재 설비 해체작업이 진행 중으로 2021년에야 완전히 폐로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까지 전세계적으로 영구정지된 원전은 159기에 이르지만 해체가 완료된 것은 19기에 불과한 상황이다.

◇탈원전 기조 가속화? 신고리5·6호기에 영향 미치나=에너지업계에서는 이번 고리1호기의 영구정지가 새 정부의 정책기조인 ‘탈원전’을 강화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4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기존 추진돼온 원전 정책의 전면 재검토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40년 후 ‘원전 제로’ 국가를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2012년 11월 설계수명 30년이 다한 월성1호기가 고리1호기를 따라 두 번째 영구정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월성1호기는 2015년까지 계속운전이 결정됐지만 재가동 2년 새 3차례 발전이 중단되며 주민 불안 여론이 높아졌다.

월성1호기를 포함해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은 12기에 이른다. 고리1호기를 제외하고 가동 중인 전체 원전 24기의 절반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계속운전 가능성도 줄었지만 수명이 연장된다 해도 1회(10년) 이상 늘어날 가능성은 사라진 셈이다.

이같은 ‘탈원전’ 기조가 현재 건설 중인 원전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아진다. 신고리5·6호기가 대표적이다. 국정자문위는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 결정을 유보했지만 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요구가 거세다.

신고리5·6호기 사업이 실제로 중단된다면 보상비용은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약 1조5200억원이 투입돼 공정률이 30%에 육박하는 데다 계약해지에 따라 업체 등에 보상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이번 고리1호기 영구정지로 인해 앞으로 고리2호기 등 다른 원전의 계속운전 자체가 시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탈원전 흐름에 따라 신고리5·6호기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오히려 고리1호기 중단으로 인한 전력 손실을 신규로 뒷받침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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