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법방해죄' 성립할까…공은 뮬러특검에(종합)

머니투데이 뉴욕=송정렬 특파원 2017.06.0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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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 前국장 "수사중단요구 '지시'로 받아들여"…트럼프측 "정보누설 인정 꼴" 역공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AFPBBNews=뉴스1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러시아스캔들’ 수사중단 압력에 대한 진실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전면전에 돌입했다.

코미 전국장은 8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공개 증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수사중단을 요구했다고 폭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를 전면 부인하는 동시에 언론에 기밀을 흘렸다고 역공에 나섰다.



코미 전국장이 예상보다 더 치밀하게 메모를 기록하고 폭로하게 된 과정을 밝혔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외압'이 사법방해죄에 해당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 측과 코미 전국장의 주장이 정면으로 부닥치면서 거짓말을 한 쪽은 회복 불가능한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코미 "대통령, 거짓말할 사람으로 보였다" 메모 이유도 밝혀

지난달 9일 해임된 이후 한 달 만에 처음으로 공개 증언에 나선 코미 전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플린 전보좌관 수사중단 요청을 지시(direction)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더불어 충성을 요구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가 거짓말로 자신과 FBI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증언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중단 압력을 했다는 폭로다.

코미 전국장은 앞서 전날 공개한 모두발언에서 2월24일 백악관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은 좋은 사람이다. 플린을 내버려두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 청문회에서 “지시로 받아들였다. ‘나는 이것(조사중단)을 기대한다’고 말하며 나와 만난 사람은 미국 대통령”이라며 “나는 이것이 대통령이 내가 하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코미 전국장은 이번 청문회의 핵심인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여부에 대해선 “대통령과의 대화가 사법방해를 위한 노력이었는지를 내가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충격적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특별검사가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러시아 수사를 담당할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에게 공을 넘겼다.

코미 전국장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 자신의 대화내용을 기록한 메모를 특검 측에 넘겼다고 밝혔다.

코미 전국장은 자신의 해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이 자신과 FBI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코미 전국장은 “법이 FBI 국장 해임에 어떤 이유를 요구치는 않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FBI가 혼란에 빠져있고, 내가 FBI를 엉망으로 이끌어 직원들이 국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말함으로써 나와 더 중요하게 FBI의 명예를 훼손하는 선택을 했다”며 “이런 말들은 명백하고, 단순한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코미 전 국장은 정권 이양기에 처음 대통령을 만났을 때부터 대통령이 대화에 대해 거짓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통령과의 대화를 기록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트럼프가 만나보니 믿을 수 없고 거짓말을 할 것 같아 메모를 기록했다는 주장이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자신의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주장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한 지 3일 만인 지난달 12일 트위터를 통해 “코미는 언론에 정보를 흘리기 전에 우리의 대화내용을 담은 테이프들이 없기를 기대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대화 테이프의 존재 가능성을 암시했다.

◇트럼프 측, 코미 증언 전면 부정하며 역공

트럼프 '사법방해죄' 성립할까…공은 뮬러특검에(종합)
트럼프 대통령 측은 코미 전국장의 증언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대신 코미 전국장이 뉴욕타임스에 대화내용을 흘린 것을 인정한 데 대해 역공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마크 카소위츠는 코미 전국장의 증언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은 결코 코미 전국장에게 플린을 내버려두라고 말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결코 코미를 압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카소위츠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충성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코미 전국장이 이날 증언에서 미디어에 자신의 메모를 누설했음을 인정했다고 기밀누설죄로 역공에 나섰다.

코미 전국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러시아 수사를 담당할 특별검사 임명을 앞당기기 위해 컬럼비아대 교수인 친구를 통해 대화메모의 내용을 뉴욕타임스에 흘렸다고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새라 샌더스 허커비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거짓말쟁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거짓말은 누가'…공은 뮬러 특검에게

트럼프 대통령 측이 이처럼 코미 전국장의 주장을 전면 부인함으로써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 전국장간 치열한 진실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짓을 말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사법방해로 인해 곧바로 탄핵소추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 등 이전에 탄핵에 직면한 전임 대통령들도 모두 거짓말로 인한 사법방해로 탄핵대상으로 전락했다.

코미 전국장이 거짓 주장을 편 것으로 나타날 경우 기밀누설, 위증 등으로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

코미 전국장은 대통령과의 대화메모를 넘기고 전날 모두발언 공개 등을 상의하는 등 뮬러 특별검사와 긴밀하게 공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존재를 암시한 녹음테이프가 있다면 진실을 가려줄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이 집무실 대화내용을 녹음한 것으로 드러난 이후 백악관 집무실엔 녹음시설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대변인들도 그동안 브리핑에서 녹음시설에 대한 질문에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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