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수백만원도"…'카지노 술집' 우후죽순

머니투데이 신현우 기자 2017.06.0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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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주 "스트레스 풀기 위한 이색술집일뿐"…"사행성 조장 등 문제"

서울 강남구 소재 한 카지노 술집. /사진=신현우 기자서울 강남구 소재 한 카지노 술집. /사진=신현우 기자


"술 마시면서 카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얘길 듣고 호기심에 가봤는데 영화에 나오는 카지노 같아요. 칩을 잃었을 때 화를 내며 욕하는 사람도 봤고, 한두번 가다 보니 자꾸 가게 되더라고요."(직장인 이모씨·31)

유흥가를 중심으로 카지노 술집이 늘고 있다. 술과 함께 다양한 카드 게임 등을 즐길 수 있어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 실제 이곳에선 딜러가 게임을 진행하고 손님들이 칩으로 베팅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곳의 운영 방식이 실제 카지노와 유사해 도박 중독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칩을 양주 등으로 교환해줘 경찰에 적발된 사례도 있다.

1일 서울 강남구 등에 위치한 카지노 술집을 찾아가 보니, 가장자리마다 블랙잭 등의 카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1인당 1만원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입장료를 내면 음료(술) 한잔과 1만원에 해당하는 칩을 준다.



이 칩은 최소 단위인 1000원(10개)으로 바꿀 수 있다. 칩을 추가로 얻기 위해서는 음료나 안주를 시켜야 한다. 다만 게임을 통해 얻은 칩은 환전되지 않는다.

한 카지노 술집 관계자는 "도박장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이색 술집일 뿐"이라며 "술 등을 시켜야 칩을 주는건 가게 운영을 위한 방식이고 환전을 해주지 않아 법적인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지노 술집이 사행성 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비싼 음료를 시켜야 더 많은 칩을 받을 수 있고 칩을 모두 잃으면 또 술을 주문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날 카지노 술집을 찾은 직장인 김모씨(35)는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가끔 이곳에 온다"며 "돈으로 칩을 살 수 없다고 했는데 안주나 술을 사야 칩을 준다면 사실상 돈으로 칩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강원랜드에 갈 필요 없이 가까운 곳에서 도박을 즐기려는 사람들도 많이 찾아온다"며 "이들은 술한잔에 가볍게 카드 게임을 즐기러 오는 사람과 달리 칩을 잃을 경우 흥분하고 난리를 피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모씨(28·여)는 "환전은 불가능하지만 포인트를 적립해 이벤트 등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도박의 구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양주 몇병을 시켜 하룻밤에 수백만원을 쓴 사람도 있는데 일반적인 보드게임장과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칩을 통해 재산상 이득을 취하면 칩의 '재물성'이 인정돼 게임 참여자와 업주는 각각 도박과 도박개장죄 등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실제 경찰은 지난 2월 카지노 술집에 대한 특별 단속을 벌여 16개 업소를 적발하고 업주 등 17명을 형사 입건했다. 업주들은 손님이 딴 칩을 양주·향수 등의 상품으로 교환해 줘 도박개장죄 혐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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