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말 얻어탔던 정유라, 뇌물죄 처벌 받을까?

머니투데이 송민경(변호사) 기자 2017.06.0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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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뇌물죄 인정 땐 실형 불가피…제3자 뇌물죄 입증 까다로워 가능성↓

국정농단 사태의 마지막 남은 핵심 피의자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21)./사진=뉴스1국정농단 사태의 마지막 남은 핵심 피의자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21)./사진=뉴스1


삼성그룹이 제공한 명마 ‘블라디미르’를 탔던 정유라씨(21)는 뇌물죄로 처벌을 받을까?

만약 정씨가 뇌물죄로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실형이 불가피하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1억원 이상의 뇌물죄에 대한 형량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3년 이하 징역에 적용되는 집행유예의 범위를 벗어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씨에 대한 뇌물죄 적용은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지난달 31일 정씨에 대해 집행한 체포영장에는 청담고 학사 비리 및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 혐의(업무방해)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가 적시돼 있다. 뇌물 혐의는 빠져 있다.



정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법무법인 동북아 변호사는 전날 서울중앙지검에서 정씨를 접견한 뒤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정씨를 상대로 삼성 뇌물도 조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뇌물 관계는 전혀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입장에서 뇌물죄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정씨에게 뇌물죄가 적용되려면 먼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제3자 뇌물죄가 인정돼야 한다. 제3자 뇌물죄는 대통령과 같은 ‘공무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제3자가 멋대로 금품을 받아놓고 정작 공무원은 이런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형법은 제3자 뇌물죄에 대해 일반 뇌물죄와 달리 공무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는 것까지 입증돼야만 범죄가 성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3자 뇌물죄에 대해 무죄 판결이 많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병석 전 새누리당 의원의 제3자 뇌물죄 관련 사건에서 재판부는 “부정청탁이 묵시적인 형태일 경우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이 직무집행 대가라는 점을 공무원과 이익제공자가 공통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그런 인식 없이 막연한 기대로 제3자에게 금품을 공여했다면 부정청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즉 부정청탁의 존재 뿐 아니라 청탁과 대가에 관한 공무원 본인의 인식도 중요하게 본 것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청탁을 받은 시점과 금품을 받은 시점의 선후관계도 중요하게 봤다. 금품을 받고 청탁을 들어준 경우는 뇌물죄 유죄로 판단했지만, 청탁을 들어준 뒤 금품을 받은 경우는 그렇지 않다고 보는 등 시점에 따라 유무죄가 갈렸다.


이는 이번 국정농단 사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검찰은 묵시적인 부정청탁과 뇌물을 주고 받는 사이에 청탁과 대가에 대한 인식이 존재한다는 점을 입증하고 그 선후관계까지 밝혀야 한다. 입증이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

또 최씨와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삼성그룹의 승마 지원이 이뤄진 배경 등을 정씨가 알고 있었는지 여부도 중요한 쟁점이 된다. 검찰이 정씨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정씨가 이를 알고 있었다는 것까지 입증해야 한다. 최씨와 박 전 대통령에 비해 정씨의 뇌물 혐의 입증이 더욱 어려운 셈이다.

정씨는 전날 입국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어머니(최씨)와 박 전 대통령 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하나도 모른다. 좀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정씨가 이처럼 “몰랐다”는 진술을 이어갈 경우 검찰로선 뇌물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검찰로선 정씨에 대해 업무방해, 재산국외도피 등 다른 혐의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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