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 과정에서 모든 후보자들은 여성과 아동을 위한 정책을 복지 공약의 최우선 순위로 내세웠다. 특히나 이번 새 정부에서는 칼퇴근법과 아동수당이 도입 될 예정이고 국공립어린이집도 현재보다 상당히 확대될 조짐이다. 매우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뭔가 허전하다. 보육의 국가책임이라는 국가적 아젠다의 현실화를 목전에 두고 있음에 마냥 기쁘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인 것일까.
국회의사당 전경(본문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사진=유동일 기자
자녀의 연령별로 아이가 요구하는 바는 각각 달라진다. 즉, 아이가 성인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부모는 늘 신경이 쓰인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 중 자식이 80이 돼도 애기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물론 아이가 어릴 경우 부모의 심리적 부담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육체적으로 많은 손길이 가는 연령일수록 더할 것이다.
사실 나 역시 여태껏 아이를 어디에 맡기고 내가 일을 조금이라도 더 할 수 있을까만 생각을 해봤지, 그동안 아이의 생활은 어떠할까에 대한 생각이 깊지 않았다. 아이 나이 3살이면 엄마 나이도 3살이라는 증거인 것일까.
여러 북유럽 국가들이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특히 네덜란드의 경우 시간제 근무가 활성화 된 국가로 분류된다. 바세나르 협약 이후 근무형태의 다변화와 함께 시간제 근무가 활성화되었는데 여성의 시간제 일자리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네덜란드의 시간제 근로자는 전일제 근로자에 비해 복지혜택에서 그 어떠한 불이익도 강요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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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는 여성이 일도 하면서 아이를 볼 시간까지 확보하게 되어 이중 노동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라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의구심보다도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확보하면서 일도 병행할 수 있는 일-가정양립 정책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현재 수많은 일-가정양립 정책이 시행중이고 새 정부가 시행된 이후 다양한 정책이 시행될 예정이나,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시간제 일자리라고 해서 내가 불이익을 받는 그런 일자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공보육의 확대, 현금을 통한 국가 지원은 물론 필요하고 이는 국가가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일하는 엄마, 아빠들에게 소중한 정책은 내 아이와 내 일을 모두 지킬 수 있는 정책이다. 아이와의 시간에서 에너지를 충족하고 바탕이 되어 내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그리고 이로 인해 차별받지 않는 일자리 정책 말이다.
지금 현재도 아이의 시간은 흐르고 있다. 아침에 눈뜰 때, 그리고 잠들 때 조금 더 여유로울 수 있는 아이와의 시간,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다면 마음의 무거운 짐을 약간은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역시 잠든 아이 옆에서 뭔가 알 수 없는 죄책감을 뒤로하며 손을 꼭 잡아본다.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정부출연연구기관) 부연구위원. 연세대 사회복지학박사, 이화여대.
이윤진 박사/본인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