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친환경 주택' 뿌리 뽑으려면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7.05.3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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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늬만 친환경 주택' 뿌리 뽑으려면


"정부에서 짓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조차 사후 관리·감독이 제대로 안되는 실정인데 민간 건설사는 더 말할 것도 없죠."

최근 만난 한 중소 건축자재업체 대표는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는 것이 친환경 주택 보급을 위한 핵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개정돼 오는 2018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건강친화형주택 건설기준'을 놓고 한 말이다. 아무리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 수준을 높여나간다고 해도 실제 현장에서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새집증후군 등 사회 문제로 비화한 환경성 질환이 상당 부분 포름알데히드, 휘발성유기화합(TVOC) 등 유해물질에서 기인한다는 점에 착안해 유해물질 방출량 기준을 마련했다. 실생활에서 유해물질을 가장 많이 내뿜는 품목으로 가구, 건축자재를 꼽고 이들 제품의 품질 기준을 정해 규제에 들어간 것. 일명 '건축자재 친환경 기준'으로 건강친화형주택 건설기준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업계 안팎의 의견을 꾸준히 수렴, 이 기준을 개정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건축자재 친환경 기준의 지속적인 강화에도 이를 빠져나갈 구멍은 여전해 실효성이 낮다는 점이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건자재를 제조·납품하는 업자는 국가 공인시험 기관에서 해당 제품의 유해물질 방출량 시험을 진행해 성적서를 받아 발주처에 제출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시험 시엔 기준치에 부합하는 제품으로 '합격' 성적서를 받고 실제 건축현장엔 유해성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다른 제품을 납품하는 경우가 빈발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시험용 따로, 납품용 따로'라는 말이 건자재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래다.



정부도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는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LH,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 등에 '붙박이가구의 건설현장 반입 시 확인을 철저히 하고 친환경 기준을 어긴 경우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달라'며 당부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일부 가구업체에서 시험용 가구와 현장 납품용 가구를 다르게 제작하는 사례가 왕왕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런 당부만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하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건 무책임하다. 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LH는 물론 민간 건설사가 짓는 주택 마감자재의 유해물질 관리를 위해 사후 관리·감독을 의무화하고 불시 현장점검도 수시로 나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준을 어기면 사업에 큰 타격을 줄 정도로 벌금 수준도 대폭 올려야 한다. 그래야 무늬만 '친환경'인 주택이 근절되고 새집 증후군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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