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131년 역사 첫 직선제 총장, '김혜숙 교수' 선출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17.05.2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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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 사태 당시 학생편, 교수 시위 주도한 인물…"기쁨보다 무거운 책임 느껴"

이화여대 첫 직선제 총장으로 선출된 김혜숙 철학과 교수가 26일 이화학당 이사회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법인행정동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스1이화여대 첫 직선제 총장으로 선출된 김혜숙 철학과 교수가 26일 이화학당 이사회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법인행정동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스1


이화여대 역사 131년 만에 처음 직선제로 실시한 신임 총장 투표에서 김혜숙 철학과 교수(63)가 선출됐다. 지난해 이대 사태 당시 학생 농성을 지지하는 교수시위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학교법인 이화학당(이사장 장명수)은 26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추천한 총장후보 2명 중 김혜숙 교수를 제16대 총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 신임 총장은 이날 이사회의 총장 확정 발표 이후 "총장으로 뽑아 준 선생님들과 동창·직원·학생들께 감사하다"며 "기쁜 마음 보다는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성원들의 뜻을 모아 안정화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며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이 있듯 이화의 원래 모습을 되찾고 명예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신임 총장은 전날 진행된 총장 결선 투표에서 57.3%로 1위에 올랐다. 상대 후보였던 김은미 국제대학원 교수는 득표율 42.7%로 2위를 차지했다.

이번 총장 선거는 이화여대 개교 이후 최초로 교수와 직원·학생 등 전 구성원이 모두 참여한 직선제로 치러졌다. 1990년 제10대 윤후정 총장 선출 당시 교수 직선제를 진행한 적은 있지만 학교 구성원이 모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15대 최경희 전 총장이 지난해 10월 '정유라 입학·학점 비리' 등 교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이대 총장직은 219일간 공석이었다. 김 신임 총장은 이날부터 곧바로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김 신임 총장은 지난해 평생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추진 등으로 학생들이 학교와 갈등을 빚던 시기 학생 편에 섰던 인물이다.

국정농단 사태 중심 인물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입학·학점 비리 의혹 진상규명에도 앞장섰다. 이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공동회장을 맡아 최 전 총장 퇴진 요구 시위도 이끌었다. 지난해 12월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조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학생들의 본관 점거 시위 영상을 보다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신임 총장은 1987년 이화여대 교수로 임용된 뒤 스크랜튼대학 초대 학장, 인문학연구원 원장 등을 지냈다.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공동회장, 한국철학회 회장, 한국여성철학회 회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등도 역임했다.

'새 이화, 함께 빛나는 세상'의 비전 아래 △투명하고 공정한 이화 △구성원 모두가 존중받는 이화 △대학의 가치를 실현하는 이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연구기반 강화·거버넌스 구조 선진화·행정 효율화 및 합리화 등을 공약으로 밝혔다.

김 신임 총장 임기는 2021년 2월28일까지다. 취임식은 이달 31일 오전 10시 교내 대강당에서 열리는 창립 131주년 기념식과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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