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의 '뻔한' 감산 연장…의도된 실망감?

머니투데이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2017.05.2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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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경제]

편집자주 말로 잘 설명해 줘도 경제는 좀 어렵습니다. 활자로 읽으면 좀 덜하긴 하죠. 이해가 안 가면 다시 읽어보면 되니까요. 그래프로 보여주는 경제는 좀 더 쉬워집니다. 열 말이 필요 없이 경제의 변화 양상이 눈에 확 띕니다.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다면 한결 이해하기 편해지겠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경제. 국내 유일의 국제경제 전문 분석매체 '글로벌모니터'의 안근모 편집장이 국내외 핵심 경제이슈를 말랑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드립니다.

/ 자료=글로벌모니터/ 자료=글로벌모니터


사우디아라비아나 러시아 같은 핵심 산유국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경제활동과 물가흐름을 되살려내는데 큰 역할을 했던 것이 이들의 원유생산 감축과 그에 따른 유가 반등세였거든요.

두 나라는 특히 최근 들어 유가안정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선언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시장소통을 흉내 내는 듯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25일 개최된 주요 산유국 회의에서는 '실망스러운' 유가안정 대책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당초 6월말까지로 잡아 놓았던 감산 시한을 내년 3월로 9개월 연장하기로 했는데, 그 이상의 획기적인 조치는 내놓지 않았습니다

9개월 감산은 이미 원유가격에 충분히 반영된 상태였습니다. 오히려 현행 일평균 180만배럴인 감산 규모를 확대하거나 감산시한을 1년으로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가격에 미리 제법 반영된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산된 기대감을 가격에 다시 반영하는 조정이 불가피했죠.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OPEC의 9개월 감산연장 결정이 알려진 직후 국제유가는 이단 번지점프를 하듯이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지난 4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며 지난 16일 이후 최저치로 돌아갔습니다. 50일선과 200일 이동평균선을 모두 하향 이탈했습니다. 추세가 무너졌다는 의미죠.

일각에서는 너무 적극적인 재고감축 노력으로 인해 유가가 많이 오르면 오히려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이 더욱 촉진될 것이니 속도조절을 하려 애쓴 듯하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미국 원유산업이 기존 산유국들이 심각한 위협으로 느끼기에 충분할 정도로 엄청난 잠재력을 갖게 되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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