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최소 5조원 소멸시효 완성된 '죽은 채권' 소각 추진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권화순 기자 2017.05.2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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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 포기 특수채권 감면 추진…은행 손실 없이 채무자 정상적 금융거래 가능

주요 은행들이 소멸시효가 완성된 '죽은 채권'의 소각을 추진한다. 채무자들은 채무 기록이 사라져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24일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이 소멸시효 포기 특수채권을 감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에서는 회수 가능성이 없어 상각 처리한 대출채권을 특수채권으로 분류해 별도 관리하고 있는데 이중 소멸시효가 도래했으나 소멸시효를 연장하지 않은 특수채권이 '소멸시효 포기 특수채권'이다.



제 의원실이 파악한 소멸시효 완성채권 규모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19만7136명(자영업자 포함), 4조9760억원이다. 하지만 일부 은행은 소멸시효 완성채권 규모가 정확하지 않아 실제 감면이 가능한 소멸시효 완성채권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현재 은행에서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정확한 규모를 받아 분석하고 있다.

은행이 소멸시효 포기 특수채권을 감면하는 방식은 지난달 신한은행이 진행했던 방식과 비슷하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소멸시효 포기 특수채권 4400억원을 감면했다. 단 이 금액은 원금과 소멸시효 완성전까지의 연체 이자가 포함된 규모다. 이를 통해 채무자 1만9424명이 혜택을 봤다. 신한은행에 앞서 KB국민은행도 '죽은 채권' 일부를 소각했다.



은행이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감면하면 채무자들의 채무기록이 완전히 사라진다. 계좌 지급정지, 연체정보, 법적절차 등이 해지돼 다시 정상적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미 장부상 지워진 채권이기 때문에 감면한다고 손실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금융당국은 소멸시효 완성채권 감면 등록 절차를 완화하고 소멸시효 포기 특수채권을 은행들이 쉽게 감면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제 의원이 발의한 '죽은 채권 부활 금지법'과 같은 방식이다. 제 의원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죽은 채권이 부활하지 못하도록 추심과 매각을 금지한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금융위원회는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에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소액·장기연체 채무에 대한 정리 방안도 함께 보고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행복기금 보유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 채권을 소각하기로 했다.


제 의원은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이라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접근하지 말고 고의적으로 상환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 최대한 소각해야 한다"며 "채무자들이 겪는 어려운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관련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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