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한방이(사진·태명)와 첫 마트 나들이에 나섰다. 오늘의 장보기 미션은 이유식용 소고기, 3단계 기저귀, 저녁에 먹을 삼겹살 한 근. 일요일 마트는 인산인해다. 유모차를 끌고 카트 사이를 오가자니 아슬아슬하다.
다행히 쇼핑을 무사히 마치고 계산대 긴 줄 앞에 섰다. 아내가 청천벽력 같은 한마디를 내뱉는다.
"여기서?"
"바보야? 2층에 유아휴게실 있어 올라가든가, 1층 화장실에도 기저귀 교환대 있을거야."
/사진=백승관 기자
2층 유아휴게실는 생각보다 깔끔했다. 천장에는 모빌이 달려 있고 기저귀 교환대에는 일회용 위생시트도 비치돼 있다. 엉덩이를 닦아줄 세면대와 기저귀를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까지 있다. 다행히 '큰일'을 치르지 않은 한방이는 역시 효녀다.
마트를 나서며 아내는 "한국은 이게 문제"라며 투덜거린다. 여자 화장실에는 남자 어린이 소변기까지 있는데, 남자 화장실에는 왜 기저귀 교환대도 없냐며 얼굴을 붉혔다. 육아는 엄마 몫이라는 인식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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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마트 유아휴게실 겸 수유실. 아빠도 출입이 가능하다. 일회용 위생시트가 비치돼 위생적이다./사진=백승관 기자
집에서도 아기가 대변을 보면 뒤처리하는데 전전긍긍하는 마당이니 집 밖에서 일이 터지면 난감하다.
현재 기저귀 교환대는 철도역, 공항시설 등 휴게시설의 남녀 화장실에만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돼 있는 남성 화장실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4월 여성가족부는 문화시설, 종합병원, 공공업무시설 등에 있는 남녀 화장실에 영유아용 기저귀 교환대를 각 1개 이상 설치하도록 행자부에 개선권고했다.
서울 지하철에 있는 유아휴게실 88곳은 수유실을 겸해 아빠들의 출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내가 없을 때 아이 기저귀를 갈아야 한다면? 마트나 백화점이 아니라면 시설이 잘 갖춰진 아빠도 이용 가능한 유아휴게실을 찾기 어렵다.
기저귀 교환대. /사진=백승관 기자
첫째, 공공장소에 비치된 기저귀 교환대 깨끗할까?
둘째, 손 씻는 세면대에서 아이 엉덩이를 씻겨도 돼?
공공장소에 설치된 기저귀 교환대는 벽걸이형으로 펼치면 아이를 눕힐 수 있다. 단지 그것뿐이다. 기저귀 교환대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까. 전용 세면대가 없으니 손을 씻는 세면대에서 아기 대변을 닦아야 한다. 일반 이용객들의 불편은 물론이고 위생도 문제다.
'화잘실에서 아이 엉덩이 씻기면 맘충?' 인터넷 육아 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한 엄마의 질문이다. 상가 화장실 세면대에서 아기 엉덩이를 씻기고 있었는데 '맘충' 취급을 받았다며 그럼 어디에서 아기를 씻겨야 하냐고 반문했다.
아이를 돌보다보면 뜻하지 않게 '매너'를 지키기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화장실 세면대에서 아이 엉덩이를 씻기는 부모들이 상식 없는 사람들일까? 아기 기저귀 갈 공간 정도는 있는 나라가 상식적인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