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새 정부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강기택 경제부장 2017.05.2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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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20년은 격차의 확대재생산 기간이었다. 성장의 열매는 가계보다 기업이 더 많이 가져갔다. 개인 간에도 자산과 소득의 간격은 점점 벌어졌다.

이는 몇 가지 수치로 쉽게 확인된다. GDP(국내총생산)는 1997년 5576억달러에서 2016년 1조4110억달러로 2.53배 커졌다. 국민소득에서 가계, 기업, 정부의 비율은 1997년 각각 69.3%, 16.7%, 14.0%였지만 2016년 62.1%, 24.1%, 13.8%로 변했다. 상위 10%의 소득비중은 1997년 35% 아래였지만 2015년 48.5%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소득 상위 20%의 실질소득은 25.9% 늘었다. 소득이 많을수록 증가폭이 컸던 반면 하위 20%의 실질소득은 1997년보다 3.9% 감소했다. 정부가 거둔 부가가치세는 1997년 19조5000억원에서 2016년 61조8000억원으로 3배 넘게 많았는데 소득에 상관 없이 소비자가 부담해야 까닭에 저소득층은 부담이 배가됐다.



이처럼 국가의 부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소득이 낮을수록 결과물에서 소외되고 짊어져야 할 짐이 더 무거워졌다. 국민의정부, 참여정부,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 등 모두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경향은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나 G20(주요 20개국) 정상이 모두 ‘포용적 성장’을 화두로 삼을 만큼 전 세계적 현상이었다.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행보는 '국가 구성원 모두가 성장의 기회에 접근할 수 있게 하고, 부를 공정하게 분배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다. 취임 직후 대통령 직속으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았다. 일자리 수석도 두겠다고 했다. 그만큼 의지가 강한데, 그 방향성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문재인정부는 일자리정책을 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공공부문에서 81만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공약에서 단적으로 드러낸다. 공공 부문부터 비정규직 제로를 추구하는 역시 같은 맥락이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일자리 창출’을 하나의 지표로 삼는 카드도 준비했다.



직접 돈을 주기보다 일자리를 주고 경험을 쌓게 하는 건 언제나 나은 일이다. 그러나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정부 지정 332개 공공기관 중 70%가 적자다. 경영난으로 조직을 축소하고 인력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하는 곳도 적지 않다. 인력을 늘리기 힘든 구조가 존재하는 것이다. 정교하고 세밀한 계획이 없다면 ‘일자리 지표’는 ‘방만경영’을 막고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자는 차원에서 고안된 지표와 충돌할 것이다. 문제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방책이 무효화하면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그런 상태에서 신규채용을 늘리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든 간에 인건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임금은 복리의 성격을 띠므로 어느 순간부터 상승곡선이 급격히 가팔라진다. 공공요금을 올리거나, 아니면 세금을 더 투입해 예산을 늘려줘야 하는 경우도 당연히 생길 것이다. 조직의 신진대사를 생각하고 않고 특정 시기에 인력을 몰아서 뽑았을 때의 부작용도 생각해야 한다. 이는 미래 어느 시점에 채용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형태로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광화문]새 정부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


말은 선명하고 명쾌할수록 널리 퍼져나가지만 정책은 구체적이지 않으면 복잡다기한 현실을 헤쳐나가기 어렵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공약 중 당장 할 것들과 미뤄야 할 것들을 나누겠다고 했는데, 수정할 건 수정하고 버릴 건 버려야 한다. 장하성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 역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먼저 구분해야 한다. 정권에 유리한 선택보다 국가와 국민에게 이로운 것을 택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성공한 정부가 돼야 한다. 지난 20년간의 흐름을 되돌리지 못하고 문재인정부가 실패하면 한 정권의 실패가 아니라 국가의 실패고 국가 구성원의 중 다수인 중산층과 서민들의 실패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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