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에 빠진 만수르…UAE "과기문화 SW 육성" 오일머니 펑펑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7.05.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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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문화에 길을 묻다…1회]中東 ‘국제경진대회’ 목매는 이유는

편집자주 앞으로 10년, 20년 뒤 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AI(인공지능)와 자율주행차, 드론(무인기), 로봇, VR·AR(가상·증강현실) 등으로 대표된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따라 현재의 인류는 삶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기술혁명에 직면해 있다. 그 변화의 규모·범위·복잡성은 이제까지 경험한 것과는 전혀 다를 것으로 예견된다. 첨단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도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처럼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과학기술문화 역할론’을 다시금 묻게 된다. 과학기술문화는 일자리 착취처럼 인간과 대적하는 차가운 기술이 아닌 사람과 호흡하고 인간을 감성적으로 보듬어줄 수 있는 ‘따뜻한 기술’이 돼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 또 선진국에 비해 4차 산업혁명 기술 수준이 다소 뒤처진 상황에서 미래 예비 과학자들의 관심과 연구 의지를 북돋우는 일도 우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과학기술문화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발굴·개선해 나가는 작업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머니투데이는 ‘제4차 과학기술문화창달 5개년’(2018~2022년) 계획 수립을 앞두고 앞으로의 정책 방향성을 제4차 산업혁명과 연결 지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기술문화에 길을 묻다’ 기획을 마련했다.

UAE AI&드론 포 굿 대회 장면/사진=UAE AI&드론 포 굿 대회 집행위 UAE AI&드론 포 굿 대회 장면/사진=UAE AI&드론 포 굿 대회 집행위


총상금 60억 원. ‘제1회 모하메드 빈 자예드 국제 로봇경진대회’가 지난 3월 16일부터 3일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위치한 포뮬러1 경기장인 야스마리나 서킷에서 열렸다. 전세계 내로라하는 로봇 베테랑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UAE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금을 내건 이 대회를 연 이유는 간단하다.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재정난 위험이 가중되면서 경제적 탈출구 마련이 필요했다. 이에 대한 해법을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육성하는 전략에서 찾았다. ‘아부다비 경제 비전 2030’ 경제 성장정책의 주요 뼈대다. UAE는 이 대회를 통해 세계 첨단 로봇 관련 핵심 인재의 허브를 중동에 구축하겠다는 야심을 키워가고 있다.



◇전략 1순위 ‘과기문화 SW’=‘아부다비 비전 2030’의 목표는 아부다비의 경제 기반을 오는 2030년까지 지속가능하고 다변화된 고부가가치 경제로 효과적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이를 위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 우승자에게 100만 달러(약 11억원)라는 최고 수준의 상금을 주는 국제기술 경진대회를 앞다퉈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 주도로 치러진 기술경진대회만 5개다. UAE가 이들 대회 유치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라는 게 외교부 측의 설명이다. 아부다비 왕세제를 비롯해 UAE 오일머니의 핵심 축인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와 UAE ICT(정보통신기술) 펀드 등이 대회 후원에 적극적이다.



비단 UAE만의 얘기는 아니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제4차 산업혁명 관련 국제경진대회를 경쟁적으로 치르고 있다. 우수 인재 확보만이 살길이라는 인식 아래 이 같은 대회가 기술 선점 및 확보에 가장 큰 효과를 낸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국제경진대회가 전략적 우선순위 ‘과학기술문화 소프트웨어(SW)’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국가별 최고 기술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서로간 아이템을 교환하고 기술을 교류하는 활동 자체가 집단지성 기반의 새로운 부가가치와 상품·서비스를 만들어낸다”며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 시대에 앞서나가기 위해선 집단지성을 효율적으로 발현시킬 수 있는 과학기술문화 플랫폼·소프트웨어·콘텐츠 구축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맨체스터시티의 구단주이자 아랍에미리트(UAE) 거부인 셰이크 만수르(앞줄 왼쪽에서 2번째)가 UAE 드론 포 굿(Drones for Good) 대회에서 드론(무인기)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사진=UAE 드론포굿 집행위 <br>맨체스터시티의 구단주이자 아랍에미리트(UAE) 거부인 셰이크 만수르(앞줄 왼쪽에서 2번째)가 UAE 드론 포 굿(Drones for Good) 대회에서 드론(무인기)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사진=UAE 드론포굿 집행위 <br>
◇알파고 학습효과 전방위로 확산해야=지금까지 국내 과학기술 문화는 과학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관심도를 끌어올리는 데 목표를 뒀다. 때문에 일방향 지식전달 위주로 진행됐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 같은 과학문화 역할론이 달라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동의 국제경진대회에서 보듯 과학기술 문화 산업은 곧 사회·경제적 발전을 이뤄낼 초석을 다지는 솔루션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과학기술 관련 국제경진 대회는 그다지 많지 않다. 지역자치단체나 협회별로 소규모 이벤트식 행사가 대부분이다. 카이스트(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과학기술원과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관련 재단·협단체·기술 스타트업 등을 중심으로 국내 전문역량을 끌어모을 수 있는 국제대회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래 기술 대부분이 ‘집단지성’을 통해 성숙 될 수 있다는 점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선 오픈 사이언스(개방형 과학) 문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 △해외 인재 유치에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내세워 국제대회를 유치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3월 알파고(구글 AI)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은 AI라는 기술에 주목케 했고, 민간에선 이 기술이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실제 그 이후 AI 관련된 유사 대형 이벤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정부·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알파고 학습효과를 드론, 지능형 로봇, 착용형 기기, 실감형 콘텐츠 등 전 분야에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첨단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확산에 촉진제가 될 대형 이벤트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측은 “과학기술문화활동의 범위는 기술혁신 역량을 배가시키는 방향으로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발전해 갈 것”이라며 “정부와 민간·시장을 연계한 과학기술문화의 사업화·산업화 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공동기획: 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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