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소통하는 대통령'의 파격=문 대통령의 임기는 지난 10일 오전 8시9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 의결에 따라 시작됐다. 첫날부터 급박했다. 분 단위로 쪼개 일정을 소화했다. 그 와중에도 문 대통령은 홍은동 자택 주민들과 송별회를 하고 청와대 주변 주민들과 환영회를 가졌다. 격의없이 주민들과 어울려 '셀카'를 찍고 손을 마주잡았다.
청와대에서도 이같은 모습이 나타난다. 문 대통령은 '구중궁궐' 청와대 본관이 아니라 참모들이 업무를 보는 여민관(與民館)에 집무실을 마련했다. 더 많은 대면보고와 소통을 하기 위해서다. 수석들과 재킷을 벗고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청와대를 산책하는 모습, 문 대통령이 자신의 재킷을 벗겨주려는 경호원에게 "내가 할게"라며 스스로 재킷을 벗는 모습, 직접 식판에 밥을 떠 청와대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며 밥을 먹는 모습 등은 정권의 상징처럼 됐다. 당선이 되자마자 이례적으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고 야당 지도부와 연달아 회동을 한 것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인사도 공약도…속전속결이 준 파격=인사도 파격이었다. 양정철·이호철 전 청와대 비서관, 최재성 전 의원 등 핵심 측근들은 모두 백의종군했다. 총리 후보자에는 '비주류' 이낙연 전 전남지사를, 민정수석에는 비검찰 출신 조국 서울대 교수를, 인사수석에는 여성 최초로 조현옥 전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을, 총무비서관에는 정통 관료인 이정도 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을 발탁했다. 비서실장에도 당초 측근 노영민 전 의원이 유력 거론됐지만 '영입파' 임종석 전 의원이 낙점됐다. 문 대통령의 '계파에서 벗어난 역동적인 청와대' 구상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다. '친문 패권주의'라는 말은 잠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정책 행보는 더욱 전격적이었다. 임기 첫날부터 제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했다. 지난 12일에는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업무지시에 서명했다. 15일 스승의날을 맞아서는 세월호 참사 때 사망한 기간제 교사 2명의 순직 인정을 지시했다. 해묵은 갈등 사안들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전격 해결되는 데 대해 '사이다'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시대' 선언,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30년 이상 운영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오는 6월 한 달간 일시적으로 가동 중단하기로 한 것 모두 같은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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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끊겼던 외교 채널은 '릴레이 전화'를 통해 복원했다. 지난 10~12일 미국·중국·일본·인도·호주·영국·독일·러시아 수반과 줄줄이 통화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오는 6월 워싱턴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 만족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에게는 "국민들이 위안부 합의를 납득 못한다"고 밝혀 '할 말은 하는 외교' 기조를 보였다. 지난 1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 때는 긴급 국가안보회의(NSC) 소집까지 '분 단위' 대응 내용을 공개해 반향을 일으켰다.
인사와 정책에서 보여준 파격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이 분야의 경우 향후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본격적인 내각 인선, 세부적인 정책 실행은 보다 높은 수준의 정치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정책이 구체화하고 재정렬돼 '액션'에 들어간 게 아니라 '말'이 먼저 나와버린 상황"이라며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정책 공약사업을 잘 정돈해 설득력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일 대표는 "협치 약속을 했으니 원활한 국정을 위해 내각 구성 과정에서는 탕평이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