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사지 않은 투자현인의 후회 "641배 상승 놓쳤다"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7.05.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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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80>아마존 상장 20주년 성적…장기투자로 수조원을 번 사람들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아마존(Amazon) 주식에 투자하지 않은 것은 나의 큰 실수였다. 후회막급이다. 내가 너무 멍청했다.”

투자의 현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 지난 6일 그가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연례 주주총회에서 아마존에 왜 투자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자신이 너무 멍청(too dumb)했기 때문”이라고 시인하면서 세간의 큰 화제가 됐다.

생존하는 최고의 '주식꾼'으로 불리는 버핏이 아마존이라는 당대 최고의 주식을 알아보지 못하고 대박의 기회를 놓쳤다고 고백하자 사람들은 그저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였다.



버핏은 과거 닷컴 버블과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도 꿋꿋하게 수익을 낸 이 시대 최고의 주식투자자 아닌가? 게다가 뉴욕 증시에는 아마존 말고도 매력적인 주식들이 또 많지 않은가?

그러나 아마존의 상승률이 어땠는지를 따져보면 버핏이 왜 “자신이 너무 멍청했다”고 시인했는지 비로소 깨달을 수 있다.



아마존은 오는 15일로 상장 20주년을 맞이한다. 아마존이 1997년 5월 15일 미국 나스닥시장에 첫 상장될 때만 해도 단순한 인터넷 서점에 불과했다. 상장 당시 아마존의 IPO 공모가는 18달러였다.

그러나 12일 아마존은 961.35달러로 마감했다. 단순히 주가만 보면 5241% 상승한 것처럼 보인다(5000%가 넘는 상승률도 가히 엄청난 성적이다).

그러나 아마존은 상장 후 3번의 주식분할(stock split)을 단행했다. 따라서 주식분할까지 고려해야 정확한 상승률을 계산할 수 있다.


먼저 20년 전 아마존의 IPO때 100주를 배정받았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아마존의 최초 투자액은 1800달러(200만원)가 된다. 사실 아마존은 상장 첫날 주가가 최고 67% 가까이 뛸 정도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서 개인투자자가 100주를 배정받기는 사실상 어려웠다.

최초 100주는 3차례의 주식분할 이후 1200주로 늘어난다.

만약 아마존 주식을 상장 이후 계속 보유하고 있다면 12일 보유주식 가치는 115만3620달러(13억1000만원)로 불어나 투자수익률은 6만3990%가 된다. 즉 20년 전 아마존이 상장할 때 100주를 1800달러에 샀더라면 지금 그 가치는 641배가 늘어나 115만3620달러가 된다.

아마존이 상장 후 20년 간 641배나 상승하면서 제프 베조스(Jeff Bezos) 회장의 재산도 수조원이 불어났다.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Bloomberg Billionaires’ Index)에 따르면 베조스 회장의 재산은 지난달 말 820억 달러(93조원)를 넘어서 세계 최고 부자 2위로 등극했다.

세계 최고 부자 1위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로 그의 재산은 870억 달러(99조원)에 달한다. 만약 아마존 주가가 지금보다 약 4% 더 오르면 베조스 회장이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 오르게 된다.

아마존 주식의 상승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비슷한 시기에 상장된 여타 주식과 비교해보면 뚜렷이 알 수 있다.

모두가 잘 아는 스타벅스(Starbucks)는 1992년 7월 2일 나스닥시장에 상장돼 지금까지 약 25년 간 226배 상승(주식분할 고려)했다. 200배가 넘는 상승률도 대단한 것인데 아마존의 641배에 비하면 약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그리고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아마존이 상장되기 1년 전인 1996년 5월 9일 클래스B 주식을 공개했는데, 이후 지금까지 약 7.4배 상승(주식분할 고려)했을 뿐이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Google)과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Tesla)도 초라하긴 마찬가지다. 2004년 8월 19일에 상장된 구글은 지금까지 11.2배 상승했다. 이보다 늦은 2010년 6월 29일에 상장된 테슬라는 7년 여 만에 19.1배 올랐다.

구글이 아마존의 20년 상승률과 비슷해지려면 앞으로 7년 동안 주가가 56배 더 올라야만 가능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버핏이 아마존 주식에 투자하지 않은 걸 크게 후회하는 게 당연하다. 버핏은 아마존에 투자하지 않음으로써 수십조원을 벌 기회를 날려 버린 셈이다. 버핏은 또한 구글 주식에 투자하지 않은 것도 큰 실수였다고 시인했다.

버핏은 구글 주식에 대해 당시에는 구글의 비즈니스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노라고 투자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버핏은 투자대상 업체의 비즈니스를 완전히 이해한 경우에만 투자 결정을 내리는 걸로 잘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이 터졌을 때 버핏은 기술주에 전혀 투자를 하아 손실을 입지 않은 걸로 유명한데, 그 당시 기술주를 이해할 수 없어서 투자하지 않았다는 그의 대답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됐다.

버핏은 아마존에 대해서 베조스 회장이 이토록 성공할 줄 전혀 깨닫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이어 베조스 회장이 전자상거래 비즈니스와 클라우드의 IT 비즈니스 양쪽에서 모두 뛰어난 경영능력을 발휘하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사실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좋은 매수기회를 날려 버리고 후회할 때가 종종 있다. 물론 적당한 때에 매도하지 못하고 오히려 손실을 입는 경우도 많다.

이 시대 최고의 주식투자자인 버핏도 지금 가장 매력적이라는 구글과 아마존 주식에 투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마당에 일반 개인투자자들이야 오죽하랴.

다만 버핏은 장기 투자자의 입장에서 매력적인 매수기회를 알아보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아마존이 상장 후 20년간 641배가 올랐다고 하지만 아마존의 주가 상승률이 두드러진 것은 2010년 이후의 일이다. 2009년 말까지 아마존의 상승률은 90배에 못 미쳤다. 베조스 회장의 재산의 80%가 지난 5년새 불어난 것이다.

이는 주식투자에서 놀라운 수익률을 얻으려면 장기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로 상장한 지 5년째인 세계 최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인 페이스북(Facebook)은 주가가 지금까지 4배 올랐다. 만약 페이스북 투자에서 아마존과 버금가는 수익률을 기대한다면 앞으로 최소 15년 이상은 더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뉴욕 증시에는 상장 후 주가가 100배 이상 오른 종목들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단기간 이런 높은 상승률을 달성하지 않았다. 주식시장은 10~20년 아주 길게 투자한 사람들만 이같이 놀라운 부(富)를 걸머쥘 수 있는 인내의 시장이다.

아마존 사지 않은 투자현인의 후회 "641배 상승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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