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호남 대패 경악…벌써부터 안철수·박지원 책임론에 혼란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7.05.1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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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자강론' 패인 돌리며 당 헤게모니 싸움 본격화 움직임

국민의당 지도부와 당 관계자들이 9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19대 대선개표방송 출구조사를 시청하고 있다.국민의당 지도부와 당 관계자들이 9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19대 대선개표방송 출구조사를 시청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19대 대선 투표가 마감된 9일 오후 8시 출구조사 결과에 망연자실을 넘어 침울한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3위에 그친 것은 물론 핵심 지역 기반인 호남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더블스코어로 진 것으로 나타나자 벌써부터 당 존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호남 지역 의석수 28석 중 23석을 싹쓸이하며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안 후보의 대권 가도 역시 호남 지역에서 문 후보를 압도적인 격차로 앞서 수도권에서 우세를 얻어내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삼아왔다. 따라서 호남 지역에서의 전략적 오류가 전체 판세까지 영향을 주면서 문 후보는 물론 홍 후보에게까지 밀리게 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더구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지역이 국민의당의 안 후보가 아닌 문 후보의 손을 들어준만큼 정치권 지형도 민주당으로 급속히 쏠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내년 지방선거는 이미 끝났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등 자칫 정계개편 움직임 속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호남 지역을 비롯한 대선 패배의 책임론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당 일각에서는 안 후보가 '자강론'을 고집한 것이 패배의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안 후보로 화살을 돌리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기에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가운데 대선 과정에서 당에 합류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김한길 전 의원 등 당 중진들 간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당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통합을 주장하는 통합파가 주도권을 잡을 경우 더불어민주당에 합당되면서 국민의당이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국민의당의 창업주인 안 후보는 대선후보 등록과 함께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상태라 당분간 정치권 전면에서 물러나있을 것으로 보여 국민의당의 위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안 후보와 박 대표가 당 운영에서 손을 떼게될 경우 당이 어떻게 굴러갈 지 걱정"이라며 "질서있게 당 상황이 정돈돼야 하는데 현재는 당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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