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욕' 비판받은 '올드보이'들의 퇴조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7.05.10 00:31
글자크기

[the300]김종인·김무성·박지원 등 개헌·반문재인 연대 주축 정치적 입지 좁아져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故 김영삼 전 대통령 묘비 제막식에 참석해 악수를 하고 있다. 2016.05.26/뉴스1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故 김영삼 전 대통령 묘비 제막식에 참석해 악수를 하고 있다. 2016.05.26/뉴스1


이번 대선에서는 '킹' 혹은 '킹메이커'를 꿈꾼 '올드보이'들의 퇴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탄핵정국'을 이끈 '촛불민심'을 따라잡는 데 실패하면서 결과적으로 대선 판도에 대한 영향력도 제한됐다. 특히 이들이 개헌과 '반(反)문재인'을 내세워 권력 나눠먹기에 골몰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권력에 대한 '노욕'이란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은 지난해부터 대선을 염두에 둔 개헌 연대 구축을 꾀했으나 결국 이들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87년 헌법'의 한계와 함께 새로운 국정 운영 시스템의 필요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사실상 대선에서 여야 정당을 아우르는 '반(反) 문재인) 연대'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점을 간파당한 탓이다.



여기에 이들이 추진하는 개헌이 노회한 정치인들 간의 권력 나눠먹기로 비춰지면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지난해 12월 국회 탄핵소추안 발의를 놓고 국민의당을 향해 불어닥친 역풍이 대표적이다. 박 대표와 김 고문이 내각제 개헌을 위해 손을 잡고 있다는 의혹이 발단이 됐다. 국민의당이 탄핵반대세력으로 오해되면서 적잖은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박 대표는 개헌 연대 논의에서 완전히 선을 그어 사태를 수습하려했지만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지는 계기가 됐다. 이후 개헌 연대는 더이상 동력을 얻지 못하고 연대의 주축이었던 '올드보이'들의 영향력도 급속히 축소됐다.

김 전 대표는 '비패권지대', '통합정부' 등으로 이름을 바꿔 직접 '반문 연대' 구심점으로 나섰으나 대권 주자로서의 한계만 드러낸 채 대선 후보 등록도 못하고 대권 도전을 포기했다. 선거 막바지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의 '개혁공동정부'에 참여해 자신의 개헌 구상을 실현하고자 모색했으나 별다른 반전의 카드가 되지 못하면서 결국 아무 역할 없이 선거를 마쳤다.



손 전 대표는 개헌 연대 대신 국민의당 경선에서 '개헌 대통령'으로 안 후보와 승부를 벌였다. 그러나 2년간 강진 생활을 접고 정계복귀 승부수까지 던진 도전이었음에도 예상보다도 훨씬 큰 격차로 안 후보에 패해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받았다. 사실상 마지막 대선 도전인 이번 경선에서 시대정신을 잘못 짚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고문은 대선 출마 포기, 탄핵 찬성, 탈당과 바른정당 창당 등의 정치적 결단을 통한 승부수를 던졌지만 개헌 연대의 실패와 바른정당의 지지율 하락, 김무성계 의원들의 집단 탈당 등으로 정치 생명이 이어지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가 여론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쫓아가게 되면서 이른바 '정치9단'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영향력도 이전보다 줄어들었다"며 "세대교체의 큰 흐름 속에서 '올드보이'들의 퇴장이 당연한 수순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