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탁 재건축 '득실' 꼼꼼히 살펴야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17.05.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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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없는 재건축을 위해 신탁사업 방식에 표를 던졌습니다.”(서울 여의도 재건축 단지 주민 A씨)
 
“신탁 방식 재건축은 제도 도입 초기여서 사업이 완수된 사례도 없습니다. 미래가 불확실해 신탁 방식에 반대합니다.”(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 주민 B씨)
 
최근 각지에서 신탁 방식 재건축 주민 동의서 징구나 설명회가 활발하다. 신탁 방식 재건축이란 조합 대신 신탁사가 토지 등 소유자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다.
 
조합 방식과 달리 초기 행정절차가 생략되기에 재건축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는 조합 방식보다 투명할 것이란 기대도 모인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신탁 재건축 계약 방식에 따라 해지 조건이 까다롭거나 소중한 재산이 처분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한 법무법인은 국내 유명 신탁사의 계약은 사실상 해지가 불가능한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해당 신탁사는 토지 등 소유자 전원이 동의해야 신탁을 해지할 수 있다고 계약서에 명시했다. 수백 수천 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에서 전원 합의는 사실상 불가능한데 말이다. 경우에 따라 해지 시 신탁된 재산을 공매 처분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신탁 재건축 관련법엔 신탁사를 선정하는 요건(주민 동의 75%)만 적혀 있어 주민의 의사결정 과정과 관련된 내용이 미비한 것도 문제다. 조합 방식 재건축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서 감사 선임 등을 통한 견제 장치 설정, 의사 진행 등이 상세히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나 법조계에선 신탁 재건축 관련 법에도 의사결정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주민 총의를 모으는 일이 쉽지 않고 사업 추진에 대한 견제 장치도 확실치 않아서다.
 
신탁 재건축은 결혼과 같아서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주민들이 신탁사를 파트너로 선정하고 토지를 맡기면 재건축 사업의 생사고락을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건축을 신탁 방식으로 결정할 때는 행정편의뿐 아니라 이후 소요나 갈등으로 번질 것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기자수첩]신탁 재건축 '득실' 꼼꼼히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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