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崔 23일 법정 대면…40년 전 시작된 '잘못된 인연'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17.05.0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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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씨 인연,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국정농단 사건 전후로 사이 틀어져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최순실씨./ 사진=뉴스1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최순실씨./ 사진=뉴스1


오는 23일 법정에서 대면하게 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61)의 '40년 인연'에 관심이 쏠린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인연은 최순실씨의 아버지인 고(故) 최태민씨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4년 육영수 여사가 피살된 후 당시 영애였던 박 전 대통령을 위로하는 편지가 줄을 이었는데 이중엔 최태민씨의 편지도 있었다고 한다.

편지를 본 박 전 대통령은 1975년 3월 최태민씨를 청와대로 불러 만났고, 같은해 5월엔 최태민씨가 총재로 있는 대한구국선교단의 명예총재가 된다. 이후 최태민씨는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씨는 과거 한 잡지 인터뷰에서 대학교 1학년 때인 1976년에 박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인터뷰에서 최순실씨는 "계속해서 지켜봤는데 참 깨끗한 여자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최태민씨가 총재였던 대한구국선교단은 1976년 구국봉사단으로, 1979년엔 새마음봉사단으로 이름을 바꾼다. 최순실씨는 1979년 새마음봉사단 산하 새마음대학생총연합회 회장을 맡아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9년 10·26 사태로 피살되면서 두 사람 사이는 한동안 멀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독일 유학을 다녀온 최순실씨가 1986년 육영재단 부설 유치원장을 지내면서 두 사람 인연은 다시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최순실씨는 1989년 박 전 대통령이 이사장을 맡고 있던 한국문화재단 부설연구원 부원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최순실씨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 경력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박 전 대통령이 1998년 4월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정계에 진출했을 때 최순실씨 남편인 정윤회씨가 선거전략을 지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씨는 2012년 대선 과정에서도 박 전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대통령은 제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통해 국무회의 자료, 정부 주요 인사안 등 비밀자료를 최순실씨에게 넘기고 의견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포폰(차명 휴대전화)을 쓰면서 최순실씨와 하루에도 수차례씩 통화하는 등 최순실씨가 국정운영에 관여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순실씨는 경제적으로도 박 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최순실씨는 박 전 대통령이 1990년쯤 삼성동 사저로 이사할 때 어머니 임선이씨와 함께 주택 매매계약서를 대신 써준 뒤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순실씨는 삼성동 사저뿐 아니라 대통령 관저와 안가 인테리어 공사까지 대신 해주기도 했다.

이외에도 최순실씨는 2013년부터 박 전 대통령의 의상 제작비와 의상실 임대료, 의상실 직원 급여 등 3억8000만원을 대신 부담하고 박 전 대통령에게 '기치료 아줌마' 등 무자격 의료인들을 소개해 진료를 받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순실씨가 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살 집까지 알아봤다는 법정 증언도 나왔다. 최순실씨 조카인 장시호씨는 법정에서 "최순실씨가 증인(장씨)에게 '한남동 유엔빌리지가 살기 어떠냐고 물어봐서 '왜요'라고 물어보니 최순실씨가 '그 양반이 살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장씨는 최순실씨가 말한 '그 양반'은 박 전 대통령이라고 진술했다.

장씨는 또 박 전 대통령이 명절이나 해외순방 때 받은 선물을 최순실씨에게 건네기도 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추석이나 해외 중요 행사가 있을 때 선물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저희가 이모(최순실씨)한테 받아서 음식은 먹고, 공진단이나 좋은 약은 어머니를 드리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최순실씨의 운전기사로 일했던 방모씨는 최순실씨 돈으로 박 전 대통령이 쓸 물건들을 구매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이 법정에서 공개한 방씨의 진술조서엔 "최순실씨가 독일로 가기 전 박 전 대통령의 화장품과 옷을 구입했다", "박 전 대통령의 잠옷까지 구입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처럼 가까웠던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사이는 국정농단 사건을 전후로 급격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11월 있었던 대국민담화에서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안타깝다",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저의 큰 잘못"이라며 최순실씨와 '선긋기'를 시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대리인의 입을 빌려 "최순실을 비롯한 주변 사람의 잘못된 일을 알았다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엄하게 단죄했을 것", "최순실에 대한 믿음을 경계했어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탄핵심판의 증인으로 헌법재판소에 나와 "충인으로 남고자 했다"며 흐느꼈던 최순실씨는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됐단 소식을 듣고 법원에서 대성통곡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수감되자 최순실씨는 자신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자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순실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2일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최순실씨는 오랜 세월 존경하고 따르던 박 전 대통령을 법정에까지 서게 한 결과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자괴감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은 592억원대 뇌물 혐의 등을 포함해 총 18개 범죄사실로 기소돼 있으며, 이중 상당수가 최순실씨와 짜고 벌인 일로 조사됐다. 법원은 신속한 심리를 위해 관련 사건을 병합 심리할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앞으로 장기간 나란히 재판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최순실씨는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을 받는 것은 살을 에는 고문"이라며 되도록 따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는 16일 오전 10시에 2회 공판준비기일을 갖고 오는 23일부터 공판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첫 공판이 열리는 날 법정에서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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