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이 발길을 끊기 전 '설화수', '후' 등 서울 시내면세점의 인기 'K뷰티' 브랜드 매장 직원들의 하루다. 같은 면세점·백화점 매장 직원들 사이에서도 '극한 직업'으로 통했던 이들의 근무여건이 최근 완전히 달라졌다. 직원 5~6명이 전열을 갖추고 서 있지만 정작 손님이 없어 매장이 썰렁하다. 1년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반토막 났다. 단체관광객이 몰려 제품을 박스째 쌓아놓고 팔던 시절이 그리울 정도다.
그러나 중국 사드 보복 직격탄을 맞은 'K뷰티' 현장에선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유커를 맞으려고 비싼 비용(임차료·수수료)을 지불하고 매장과 직원을 늘렸는데 매출이 줄어 수지가 맞지 않는다. 내국인 고객을 비롯해 일본, 동남아, 중동 등 다양한 국가 고객들이 다소 늘었지만 매출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중국 현지에선 수출제품이 통관에 막히는가하면, 위생허가가 나지 않아 애를 태우는 사례도 많다.
지나치게 높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시장 다각화 전략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예상치 못한 사드 보복으로 '차이나로드'에 빨간불이 들어왔지만 이번 기회에 해외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아모레퍼시픽은 서경배 회장 지시로 동남아·중동·미주 등 시장을 공략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생활건강, 잇츠스킨, 토니모리, 엘앤피코스메틱 등을 비롯해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제조업계도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만 바라보며 가성비로 승부했다면, 이제 세계를 상대로 제품력과 브랜드 파워를 키울 때가 왔다. 단기 실적에 연연해 전략없이 서두르기 보다는 한템포 쉬어가는 것도 좋다. 더 멀리, 더 오래 뛰려면 숨을 고르는 준비가 필요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