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츠네 미쿠는 어떻게 세계인의 디바가 되었나?

게임메카 2017.04.26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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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마리오, 젤다의 전설, 파이널 판타지, 드래곤 퀘스트, 슈퍼로봇대전, 페르소나… 일본을 대표하는 게임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적게는 10년에서 길게는 30년까지, 오랫동안 시리즈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롱런’할 수 있는 이유는 IP의 계속되는 확장에 있다. 지금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하츠네 미쿠'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단순한 음악 제작 프로그램이었지만,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세계인의 디바로 자리매김했다. 그 과정을 4월 26일 ‘NDC 2017’을 찾은 보컬로이드 전문 개발사 크립톤 퓨처 미디어 유스케 쿠마가이(Yusuke Kumagai) 매니저에게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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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DC 2017'을 찾은 유스케 쿠마가이 매니저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대다수의 게이머는 ‘하츠네 미쿠’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에는 ‘하츠네 미쿠’가 부른 노래와 영상이 가득 업로드 되어있고, ‘프로젝트 디바’와 같은 리듬게임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그렇다면 ‘하츠네 미쿠’는 과연 무엇일까? ‘하츠네 미쿠’는 미리 녹음된 음성 데이터와 음악을 조합해, 마치 사람이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만드는 음성 합성 기술 ‘보컬로이드’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에 어여쁜 미소녀 캐릭터를 더한 것이 ‘하츠네 미쿠’의 가장 큰 특징이다.

2017년 10주년을 맞이한 ‘하츠네 미쿠’는 약 13만 장 이상 판매되었다. ‘하츠네 미쿠’를 활용해서 만든 음악은 50만 곡, 유튜브 동영상 업로드 수는 200만 건을 기록했다. 일본에서는 전국민의 80% 이상이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고, 뉴욕이나 인도네시아, 대만 등에서 ‘하츠네 미쿠’의 콘서트가 개최될 정도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보컬로이드’가 처음부터 유명했던 것은 아니다. 초창기 제품은 기계음이 강해 시장에서 외면 받았다. 그렇다면 ‘하츠네 미쿠’는 이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NDC 2017’ 강연자로 나선 유스케 쿠마가이 매니저는 ‘하츠네 미쿠’를 기획하며 발상의 전환을 노렸다고 말했다. 인간의 목소리를 그대로 재현할 수 없다는 단점을 설정으로 극복한 것이다.

유스케 쿠마가이 매니저는 “’하츠네 미쿠’는 안드로이드라는 설정이 있다. 안드로이드는 당연히 기계이기 때문에 인간처럼 능숙하게 노래부를 수는 없다. ‘보컬로이드’ 역시 인간처럼 부를 수 없기 때문에 아예 그 단점을 특징을 삼아버리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한 가수가 아닌 성우의 목소리를 녹음했다. 이러한 차별화를 통해 ‘하츠네 미쿠’가 가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목소리를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어필한 것이다. 여기에 ‘사이버 아이돌’이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매력적인 일러스트를 더하며 ‘하츠네 미쿠’를 완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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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도 유명한 '하츠네 미쿠' (사진출처: '프로젝트 디바 X' 공식 홈페이지)

여기에 ‘하츠네 미쿠’의 폭발적인 흥행을 이끌어낸 것은 다름아닌 ‘2차 창작’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음악을 만드는 소프트웨어였지만, ‘하츠네 미쿠’를 통해 만들어진 음악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으며 외연을 확장시킨 것이다. 유스케 쿠마가이 매니저는 “자기가 만든 음악을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 곡을 다른 사람이 듣고 깊이 감동해서, 자기가 곡에 맞는 일러스트나 영상을 만들었다. 이 작품을 또 많은 사람이 보며 애니메이션을 만들거나, 소설을 쓰는 등 다른 창작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하츠네 미쿠’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본 소비자가 창작자가 되어 다른 콘텐츠를 제작한 것이다. 이에 힘입어 ‘하츠네 미쿠’의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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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의 연쇄가 '하츠네 미쿠' 흥행의 키포인트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크립톤 퓨처 미디어는 이 점에 주목했다. 사람들의 창작 욕구가 꺾이지 않도록 ‘창작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먼저 저작권 문제다. ‘하츠네 미쿠’와 같은 캐릭터를 멋대로 사용해 상품을 내거나 일러스트를 업로드하는 것은 저작권을 위반하는 행위다. 이에 크립톤 퓨처 미디어는 ‘하츠네 미쿠’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다면, 개인이 얼마든지 창작에 사용해도 되도록 라이센스를 정비했다.

여기에 공식적으로 자신의 창작물을 게재하는 사이트 ‘피아프로’를 만들었다. 이 곳에서는 음악부터 일러스트, 소설, 3D 모델 등 다양한 창작물을 서로 공유할 수 있다. 아울러 창작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도 폭넓게 준비했다. ‘피규어 의상 디자인’ 같은 공식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거나, 크립톤 퓨처 미디어가 직접 제작한 카드에 유저의 일러스트를 사용하기도 한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창작자가 돈을 벌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창작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창작의 연쇄’를 만들고, 이를 통해 ‘하츠네 미쿠’의 파급력을 전 세계로 넓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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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6일 기준, '2018 유키미쿠' 의상 콜라보 공모가 진행중이다 (사진출처: 피아프로 갈무리)
[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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