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 시인, 첫 시조집 '결' 출간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2017.04.2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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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역사·자연·인생 등에 대한 주제 담아…'각운' 사용한 '성명시조' 선보여

홍찬선 시인, 첫 시조집 '결' 출간


2016년 '시세계'로 등단한 홍찬선 시인의 첫 시조집 '결'이 출간됐다. 지난해 11월 그는 시집 '틈'을 펴낸 바 있다.

그의 시조는 독특한 성명시조 형태를 띄고 있다. '성명시조'란 이름 석 자의 첫 글자를 초장, 중장, 종장에 각각 붙여서 창작하는 시조다. 시인이 창작한 성명시조는 모두 세 수인데 두 수는 각 장에서 이름 석자를 두운(頭韻)으로 처리하고 세번째 수는 각운(脚韻)으로 처리하는 독특한 형태를 띈다. 시인이 한시(漢詩)에 해박한 지식을 구비하고 있어 각운 처리가 가능해 성명시조에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는 평이다.

홍 시인은 "이름은 그 사람의 삶이고 역사"라며 "이름으로 우리의 삶과 역사를 살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30년 경제기자 출신인 그는 시조에서도 문인과 기자의 경계를 넘나든다. 예리한 시적 안목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시대를 관통하는 역사의식이 담겨있다. 또 자연과 산행, 인생 등에 대한 성찰을 담은 시조도 함께 실었다.

그는 "언뜻 보면 자유로움이 화두인 21세기에 엄격한 글자 수를 지켜야 하는 시조가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여겨진다"면서도 "고속철도가 철길 위를 달려야 제 속도를 내고, 비행기가 정해진 항로를 날아야 안전하게 비상할 수 있는 것처럼 시조도 '제한의 미'가 있음을 알고 점차 그 맛을 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시조집 처음에 소개된 서시조 '결'의 전문이다.



어느 님 숨겨 놓은 포근 따끈 숨결일까
절절이 피어나는 사뿐 걸음 물결 향연
틈마다 쟁여 있다가
결에 실려 물드네


잠결의 꿈결타고 소망결에 들렸을까
사람결 느끼고 픈 바람결로 오가는데
결대로 흘러다니다
나에게 온 사랑결

살결에 풍겨오는 삶의 품(品)결 은은하고
소리결 막힘없이 높은 고개 넘나드니
마음결 곱게 펼쳐져
다독이는 모래결

◇결=홍찬선 지음. 북투데이 펴냄. 252쪽/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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