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백에 탐지기 넣고 다녀요"…몰카 공포시대 新필수품

머니투데이 이슈팀 이재은 기자 2017.04.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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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공화국]<3>몰카 공포에 탐지기 구입↑, 성능 한계 불구 "있어야 덜 불안"… 탐지 전문업체 이용도

편집자주 몰래카메라가 더 똑똑해지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용되고 있다. 몰카 영상은 협박의 도구로 쓰이거나 각종 음란사이트에 공유돼 많은 피해자를 낳는다. 몰카 범죄 피해자의 95%는 여성. 이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몰카 탐지기를 사보기도 하지만 사실상 몰카 탐지는 거의 불가능하다. '예리한 창' 몰카와 '무용지물 방패' 탐지기까지 '몰카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실을 3회에 걸쳐 짚어봤다.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에서 판매되고 있는 몰카 탐지기. 몰카와 같은 곳에서 함께 판매되고 있는 몰카탐지기는 10만~50만원 선부터 더 비싼 전문가용까지 매우 다양하다. 사진은 10만원대 탐지기 모습. /사진=이재은 기자서울 용산구 전자상가에서 판매되고 있는 몰카 탐지기. 몰카와 같은 곳에서 함께 판매되고 있는 몰카탐지기는 10만~50만원 선부터 더 비싼 전문가용까지 매우 다양하다. 사진은 10만원대 탐지기 모습. /사진=이재은 기자


#직장인 A씨(여·28)는 얼마 전 몰카(몰래카메라) 탐지기를 구매했다. 직장 여성 동료들이 ‘화장실 몰카’를 언급하며 탐지기가 꼭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기 때문이다. A씨는 "핸드백에 몰카탐지기를 넣고 다니면서 지하철, 술집 등 공공화장실에 갈 때는 꼭 몰카 탐지를 한 뒤 이용한다”며 "모두 탐지되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이거라도 써야 덜 불안하다"고 말했다.

몰카 범죄가 심각해지면서 여성들이 직접 몰카 탐지기를 휴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 20일 찾은 서울 용산 전자상가에는 몰카와 몰카탐지기 간판을 내건 판매점이 즐비했다.



소셜커머스 쿠팡에서 팔리고 있는 몰래카메라 탐지기들. /사진=쿠팡 캡처소셜커머스 쿠팡에서 팔리고 있는 몰래카메라 탐지기들. /사진=쿠팡 캡처
가게에 들어서며 "저기 몰카…"라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직원은 바로 "탐지기 찾냐"고 되물었다. 직원은 "최근 오는 여성 손님 대부분은 탐지기 때문"이라며 "안심하고 살아가려면 몰카탐지기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탐지기는 1만~5000만원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가장 많이 찾는 것은 10만~20만원 선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몰카탐지기의 성능은 어떨까. 판매점에서 사용해본 탐지기들은 기대와 달리 몰카를 찾아내는 성능이 떨어졌다.

몰카는 크게 유·무선으로 나뉜다. 전파에 잡히지 않는 유선 몰카는 반드시 렌즈가 바깥으로 나와야 해 탐지기에 달린 적외선 IR렌즈로 빛을 쏘아 빨갛게 빛나는 몰카 렌즈를 찾아낸다. 무선 몰카는 탐지기가 몰카에서 나오는 전파를 감지해 경보음·진동을 울리는 방식이다.

온라인쇼핑몰의 몰카탐지기 제품 설명. 우측의 여성은 붉은빛 적외선을 통해 유선 몰카 렌즈를 탐지하고 있다. /사진=쿠팡 온라인쇼핑몰의 몰카탐지기 제품 설명. 우측의 여성은 붉은빛 적외선을 통해 유선 몰카 렌즈를 탐지하고 있다. /사진=쿠팡
유선 몰카는 손바닥 면적만한 붉은빛으로 일일이 스캔해야 하고, 무선 몰카는 탐지 중 전자레인지나 컴퓨터 옆에서도 경보를 울리는 등 오작동이 잦다.


한 업자는 "차단기를 모두 내리고 탐지해야 한다"는 황당한 설명도 했다. 이 때문에 본인의 집이 아닐 경우 무선 전파 탐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 대중교통·길거리 몰카 등은 붉은빛을 찬찬히 비춰보거나 차단기를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성능의 탐지기로는 사실상 탐지가 불가능하다.

일부 여성들은 50만~200만원에 달하는 비싼 돈을 내고서라도 몰카 탐지 전문업체를 찾는다. 보안업체 서연시큐리티 관계자는 "2년 전에 비해 탐지 문의가 3배 이상 늘었다"며 "2015년 8월 워터파크 여자 탈의실 몰카 사건과 2016년 올림픽 수영국가대표 여선수 탈의실 몰카 사건 이후 문의가 훨씬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몰카 탐지 의뢰 5건 중 2건의 비율로 몰카가 실제 발견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자취방을 옮긴 대학생 B씨(여·23)는 "새 원룸에 몰카가 설치됐을까 걱정돼 전문업체에 의뢰했다"며 "50만원이나 해 고민됐지만 탐지를 끝낸 뒤 이제 집에서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11년 소라넷에 올라온 자료. 여대생의 자취방을 몰카로 찍은 영상들이다. 소라넷은 지난해 폐쇄됐지만 유사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2011년 소라넷에 올라온 자료. 여대생의 자취방을 몰카로 찍은 영상들이다. 소라넷은 지난해 폐쇄됐지만 유사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범죄는 2011년 1523건에서 2015년 7623건으로 4년 새 5배 이상 급증했다. 피해자의 95% 이상은 여성.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모텔 등에서 남녀가 함께 몰카 피해자가 되더라도 음란물사이트에는 남성 얼굴은 모자이크되고 여성 얼굴은 그대로 업로드돼 여성의 피해가 극심하다"며 "몰카영상 주 소비층이 남성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예나 디지털성폭력아웃 대표활동가는 "몰카로 인해 여성들은 정신적 고통을 겪는데 돈까지 들여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 기를 쓰고 있다"며 "몰카를 찾아내고 막는 일은 나라가 해야 하는데 개인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몰카 구매나 소지에 대한 보다 강력한 규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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