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전자상가에서 판매되고 있는 몰카 탐지기. 몰카와 같은 곳에서 함께 판매되고 있는 몰카탐지기는 10만~50만원 선부터 더 비싼 전문가용까지 매우 다양하다. 사진은 10만원대 탐지기 모습. /사진=이재은 기자
몰카 범죄가 심각해지면서 여성들이 직접 몰카 탐지기를 휴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 20일 찾은 서울 용산 전자상가에는 몰카와 몰카탐지기 간판을 내건 판매점이 즐비했다.
소셜커머스 쿠팡에서 팔리고 있는 몰래카메라 탐지기들. /사진=쿠팡 캡처
탐지기는 1만~5000만원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가장 많이 찾는 것은 10만~20만원 선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몰카는 크게 유·무선으로 나뉜다. 전파에 잡히지 않는 유선 몰카는 반드시 렌즈가 바깥으로 나와야 해 탐지기에 달린 적외선 IR렌즈로 빛을 쏘아 빨갛게 빛나는 몰카 렌즈를 찾아낸다. 무선 몰카는 탐지기가 몰카에서 나오는 전파를 감지해 경보음·진동을 울리는 방식이다.
온라인쇼핑몰의 몰카탐지기 제품 설명. 우측의 여성은 붉은빛 적외선을 통해 유선 몰카 렌즈를 탐지하고 있다. /사진=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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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자는 "차단기를 모두 내리고 탐지해야 한다"는 황당한 설명도 했다. 이 때문에 본인의 집이 아닐 경우 무선 전파 탐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 대중교통·길거리 몰카 등은 붉은빛을 찬찬히 비춰보거나 차단기를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성능의 탐지기로는 사실상 탐지가 불가능하다.
일부 여성들은 50만~200만원에 달하는 비싼 돈을 내고서라도 몰카 탐지 전문업체를 찾는다. 보안업체 서연시큐리티 관계자는 "2년 전에 비해 탐지 문의가 3배 이상 늘었다"며 "2015년 8월 워터파크 여자 탈의실 몰카 사건과 2016년 올림픽 수영국가대표 여선수 탈의실 몰카 사건 이후 문의가 훨씬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몰카 탐지 의뢰 5건 중 2건의 비율로 몰카가 실제 발견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자취방을 옮긴 대학생 B씨(여·23)는 "새 원룸에 몰카가 설치됐을까 걱정돼 전문업체에 의뢰했다"며 "50만원이나 해 고민됐지만 탐지를 끝낸 뒤 이제 집에서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11년 소라넷에 올라온 자료. 여대생의 자취방을 몰카로 찍은 영상들이다. 소라넷은 지난해 폐쇄됐지만 유사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하예나 디지털성폭력아웃 대표활동가는 "몰카로 인해 여성들은 정신적 고통을 겪는데 돈까지 들여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 기를 쓰고 있다"며 "몰카를 찾아내고 막는 일은 나라가 해야 하는데 개인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몰카 구매나 소지에 대한 보다 강력한 규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