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의 옥외 광고물. 몰래카메라가 버젓이 광고되고 있다. 몰카와 몰카 탐지기는 같은 곳에서 판매된다./사진=이재은 기자
몰래카메라 범죄가 4년새 5배 이상 급증했다. 아무 제재없이 몰카를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몰카 구입은 청소년들이 술·담배를 구하는 것보다 쉬울 정도다. USB·안경·펜·모자·단추 등 다양한 형태로 몰카가 진화해 단속이 여의치 않다. 몰카 해상도가 높아져 피해 노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촬영한 범죄(몰카 범죄)는 2011년 1523건에서 2015년 7623건으로 늘었다. 피해자의 95% 이상은 여성으로 대부분 지하철, 공중화장실, 여성 전용 탈의실 등에서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촬영하고 유포한 범죄다.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왼쪽)와 용산구
전자상가(오른쪽). 몰카를 판매하는 가게들이 즐비하다./사진=이재은 기자
전자상가(오른쪽). 몰카를 판매하는 가게들이 즐비하다./사진=이재은 기자
대중교통·화장실·숙박업소 등에서 몰래 촬영된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유포되면서 피해도 확대되고 있다. 몰카 피해를 입은 대학생 B씨(22)는 "우연히 내가 찍힌 영상을 보게 됐는데 온라인으로 마구 퍼져 모두 지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더라"라며 "지금은 자포자기한 상태"라고 푸념했다.
일부 여성들은 본인을 몰카의 잠재적 피해자로 여겨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자신이 이미 몰카에 찍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직장인 C씨(26)는 "밖에서 최대한 화장실에 가지 않으려고 일부러 물도 적게 마신다. 어쩔 수 없이 화장실을 가게 될 때는 얼굴을 마스크로 가리고, 몰카가 없는지 살핀다"고 토로했다. 인터넷에서 '몰카 조심하기 수칙' 등을 찾아봤다던 그는 "화장실에서는 몰카가 자주 발견된다는 휴지통 주변을 발로 차고, 누가 카메라를 넣어 찍는 것은 아닌지 위아래를 모두 살핀다"며 "내 엉덩이가 공공재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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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몰카 범죄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된다. 타인의 의사에 반해 성적 욕망 및 타인의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신체 부위를 촬영, 유포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인터넷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몰래카메라들. /사진=온라인 쇼핑몰 캡처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라넷 폐지를 통해 몰카 등의 범죄가 중범죄라는 인식이 생겼듯 몰카판매규제법안은 의식 개선 차원을 넘어 실질적 효과까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은 몰카 피해방지를 위한 법안 발의에 힘을 보탤 의사를 밝히면서도 "몰카 판매 자체를 막는 법은 집행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몰카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 등의 처벌을 강화하는 쪽이 현실성 있다"고 말했다.